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조금 더 도심 속으로

by 눈부신햇살* 2024. 10. 3.

10·11·12월 4분기 헬스장 이용 신청에서 떨어졌다.

남편은 붙었다. 이유가 뭐라지?

지역주민 위주로 당첨시킨다니까 지역주민 모두 뽑고 나머지 빈자리엔 추첨으로 남편이 된 걸까?

 

우리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다른 곳이란 걸 뒤늦게 알아서

(중소도시는 여러 개의 동과 면을 한꺼번에 묶어서 관리하는 한 개의 행정복지센터가 있더라.)

혹시나 하고 그 동에다도 헬스장 이용 신청을 했더랬는데 다행히 그곳엔 당첨이 되었다.

 

그래서 9월이 다 갈 무렵,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벼가 이렇게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도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젊디 젊은 처자가 어느 날 갑자기 헬스장에 책상 하나를 들여놓고 상주하며 관리하게 되었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

때가 되면 온라인으로 이용 신청을 할 때 대신 해주는 업무도 함께 보는 것이었다.

아무도 아이디며 비밀번호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더라.

 

어느 날, 그 처자가 내 머리 모습이 예뻐 나처럼 짧게 긴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다시는 짧게 자르지 말아요."

라고 나도 모르게 본심을 훅 말했다가

"짧은 머리도 예쁜데 긴 머리가 조금 더 예뻐요'"

라고 정정했다.

사실 짧은 머리야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긴 머리는 젊어야만 가능하고 젊음의 상징 같은 것이어서

그때만 딱 할 수 있는 특권처럼도 느껴지지 않은가.

 

9월을 나흘 남겨둔 목요일에 운동하러 갔더니 나더러 9월 말일까지 빠지지 말고 나와달란다.

마치 그만 보게 되는 것이 아쉽다는 듯이......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나를 보고 자기 머리도 짧게 자르지 않았냐며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는 지난번과 똑같이 조금 어리둥절한 마음이 되었고

마트에 갔을 때 초콜릿이라도 한 봉지 사다 마지막 인사로 줄까 하다가 말았다.

어쩐지 쑥스러워져서......

 

 

한편에 있는 소방관 동상도 마치 작별인사하듯이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한 장 찍고,

 

주름잎

 

목련 열매

 

 

10월의 둘째 날 새로운 행정복지센터 헬스장으로 운동하러 갔다.

들판에 지어진 행정복지센터 헬스장에서 맨날 산과 논을 쳐다보면서 운동하다가

좀 더 도심 속으로 들어가 산 아래 사람 사는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을 보며 운동을 한다.

 

이사 오기 전 일산에선 높은 건물이 보이는 풍경을 보며 운동했더랬는데

그래서인지 운동하는 내내 자연이 보이는 것이 힐링되고 좋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지만

사람 사는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도 퍽 친숙하고 아름답고 정겹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모락모락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운동을 썩 잘하지도 않고 아주 열심히 하지도 않으며 이용하는 기구만 이용하여 운동하는 단점이 있지만

2012년 10월쯤 헬스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운동 이력이 꽤 된다.

몸이 짱짱해 보인다, 단단해 보인다는 소리를 어쩌다 한 번씩 듣기도 하니 

그 세월이 헛되진 않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휴일 많은 시월  (35) 2024.10.10
10월 첫 주엔  (0) 2024.10.07
추석  (30) 2024.09.19
서울에서 며칠 ②  (0) 2024.09.05
한여름날의 일기  (30) 2024.08.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