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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시월의 어느 날에

by 눈부신햇살* 2024. 10. 14.

 

부추를 다듬던 동서와 나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고추잠자리다!
방충망이 쳐져 있는데 너는 어떻게, 어쩌다 여기로 들어온 거니?
둘레둘레 사방을 살펴본다.
아, 현관문이 열려있구나.
일단 증명사진 한 장 남기고.
 

네모난 햇빛 안에 들앉아있던 고추잠자리를
어린 날 뒤쪽에서 살그머니 다가가 날개를 잡던 기억을 떠올리며 잡으려 했으나
어림없다는 듯이 획 날아가는 순간, 어머님의 재미있고 우습다는 듯한 웃음이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에이! 실망감을 가득 안고 다시 심기일전,
마음을 가다듬고 따윈 필요 없다.
갑자기 열심을 내서 마구 양손을 휘저으며 잠자리 잡기에 돌입. 잡았다!
인증사진 한 장 남기고, 밖의 들마루에서 홍시를 상자에 담고 있던 남편에게 자랑 한 번 하고,
따사로운 가을 햇볕 속으로 날려주었다.
 

 

 

어제의 수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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