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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시골 체험

by 눈부신햇살* 2024. 4. 1.

수양버드나무 가지가 연둣빛으로 축축 처지는 3월 말 일요일에
구도심의 식당에 들러 어머님 좋아하시는 소꼬리곰탕을 사고
반찬 몇 가지 만든 것과 함께 차에 싣고 시골집으로 향한다.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감나무들 밑에 돋아난 머위를 뜯는다.
시동생이 좀 더 자라야 먹는 것 아니냐고 물어서 이맘때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준다.
 
머위나물 캐는 중에 옆집에선 시제 지내러 왔다며 형제간들로 북적거렸다.
그중 오랫동안 남편 고향친구 모임에서 보았던 부부가 있어 반갑게 인사했다.
남편 친구 부인이 머위 뜯는 나를 보더니 꽃봉오리를 따서 튀겨 먹어야지,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익숙한 맛을 찾아 이파리만 뜯었네.
 
몇 해 전부터 고향집에 내려와 옆집을 지키며 살고 있는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인네가 머위 뜯는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아마도 머위나물의 맛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기 때문이리라.
조금 뜯다가 점심 준비해 식사하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에 다시 뜯고 있었더니
시제 갔다가 돌아오는 중인 것 같은 여인이 나더러 그걸 아직도 뜯고 있냐고 물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차에서 내리며 인큐 애호박 두 개를 들고 와 내게 주며
자기 사촌 시동생이 학교 급식에 조달하고 있는 친환경 작물이라고 한다.
그 한 마디에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대뜸 유추해 낸다.
그 사람 역시 남편의 고향친구이고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오랫동안 가족동반모임 멤버이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나는 답례로 그때까지 머위 뜯었던 걸 먹으라고 가져다주었다.
그랬더니 씨감자 골라 놓았던 것 중에서 감자 몇 개를 담아주고, 저녁 식사 후엔 묵 쒔다며 묵까지 가져왔다.
그야말로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사실 묵은 시댁에 가는 김에 둘째형님과 동서 주려고
내가 무지하게 많은 양을 쒔기 때문에 시골에서도 먹었고 우리 집에도 남아 있는데
또 묵 선물이라니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졌지만 아무튼 고맙게 받았다.
 

머위나물 옆엔 돌미나리도 막 돋아나고 있어 캐고 있었더니
남편이 도랑가에 제법 자라난 미나리를 낫으로 이렇게 한아름 베어왔다.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영양분 가득한 봄 첫물 부추도 
다음 주에 다니러 올 작은시누이 몫을 남기느라고 반만 베어냈다.
나물과 부추를 모두 깨끗하게 다듬어서 집으로 돌아갈 때 
시동생 편에 둘째형님 댁으로 나누어 보냈더니 고맙다는 인사 카톡이 왔다.

 

 

자주광대나물 꽃도 피어나는 봄

 

마당에 풀 뽑아낸 후 벽에 붙이지 않았던 마감재(타일?)를 더 이상 저곳에 풀 나오지 않게 깔았다.
모종을 사 와서 마당 텃밭에 대파도 심고, 상추를 비롯한 쌈채소 몇 가지 심는 남편과 시동생 옆에서
나는 나물 캐고 다듬고, 두 끼의 식사를 차려 냈더니 저녁 식사 후 설거지는 시동생이 하는 것이었다.😊
그 옆에서 물기 싹 닦아 식기들 수납해 놓고 돌아오는 길엔 에고고, 힘들어, 소리가 절로 나왔다.
몸은 고단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기도 하는 시골 체험이다.
 

 이제는 염색하지 않고 하얀 머리 그대로 두기로 하신 결정에 나는 적극 찬성.
봄이 되자 꽃 보고 싶다고 하셔서 화원에 들러 저렇게 예쁘게 분갈이해 진열해 놓은 시동생, 어머님의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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