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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산다는 것의 쓸쓸함

by 눈부신햇살* 2024. 3. 18.

일요일 오전 9시 30분쯤 집을 나섰다.

수도권의 작은시누이 집에 도착하니 11시쯤.

언덕배기의 8층이라 체감상 10층쯤 되는 것 같은 집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왼편 멀리 유적지 하나가 눈에 뜨인다.

서원이라고 한다.

이런 뷰도 참 좋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 따라 달라지는 고풍스러운 풍경을 내려다보는 기분도 색다를 것 같다.

 

시누이네 냉장고가 우리 것과 똑같다고 얘기하며 바라보는데 그 옆에 걸린 푸른 빛나는 사진 액자 하나.

커다란 새떼 사진에 시선과 마음이 확 쏠렸다.

내 눈은 커다래지고 자꾸 질문이 튀어나간다.

- 직접 찍었어요? 샀어요?

 

멀리서 보면 파란색 일색이어서 무엇인가 볼품없는 것을 가려놓은 것 같기도 한

무신경하게 걸린 듯한 액자였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그 모든 풍경이 구분된다.

커다랗게 타원형을 이루며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을 3분의 2만 담은 것 같은 새떼와

멀리 보이는 산과 호수인지 강인지 모를 물이 있는 사진 속 풍경이 신비로워 보인다.

 

하!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사진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A4 용지 크기만 한 사진 오른쪽 하단에 서명된 흘림체의 이름을 얼핏 보았다. 

권혁재. 오늘 아침, 검색해 보았다. 

사진전문기자. 어쩐지......!!!

 

작은시누이네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어머니 모시고 12시쯤에 출발.

논산의 몇 번 들른 식당에서 시동생네와 만나 어머님이 좋아하는 육회를 먹었다.

 

시골집에 도착해서는 어머님의 옷들을 봄옷으로 바꿔 행거에 걸어 놓고

한 달 넘게 비워두었던 집안팎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김밥을 사다가 이른 저녁을 먹었다.

주말부부인 시동생은 다시 직장 있는 곳으로 올라가야 해서 7시쯤 집을 나서며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이 혼자 지내실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 주의사항을 알려드리며

거실 바닥에 앉아 계시던 어머님을 소파에 앉아 보라 하는데 몇 번을 시도해도 일어나지 못하신다.

결국 부축해서 일으켜 소파에 앉혀드리고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서는데

모두의 마음속에 한없는 걱정이 내려앉는 저녁,

노년의 쓸쓸함과 염려가 마음을 가득 메워 깊은 한숨이 수시로 나오는 귀갓길이었다.

 

오늘 아침, CCTV로 보는 어머님은 일찌감치 준비하시고

주간보호센터 직원을 기다리고 계셨다.

다시 얼마 후에 들여다보니 등원하고 안 계시네.................. 

교통사고로 골절된 두 개의 갈비뼈 부근이 아직 아프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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