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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바쁜 하루

by 눈부신햇살* 2024. 2. 28.

 

관악산이 보일 때쯤이면 항상 드는 생각.

우리 작은아들이 저 어드메쯤 살고 있는데......

그렇지만 내 서울 왔다고 불쑥 연락하고 그러진 않는다.

모처럼 쉬는 휴일, 편안하게 잘 쉬라는 어미의 배려이다.

 

개포동 달터근린공원이 있는 어디쯤에서 점심으로 불고기김밥과 멸추김밥을 사 먹었다.

잔멸치를 싫어하는 남편이 멸추김밥을 한 개 먹어보고선

이 비린 김밥을 왜 먹느냐고 한다.

나는 맛있는 걸.

 

예식장이 있다는 테헤란로의 키 큰 건물들은 외국의 어느 도시를 보는 것만 같아

볼 때마다 나이 들어 눈꺼풀 처져 작아진 내 눈을 커지게 만드네.

선릉역과 역삼역 사이에 직장이 있다는 작은아들의 말도 떠올라 더 유심히 보게 되고.

 

예산에서 태어나 용인외고 나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남편 지인의 아들은 인상 훤한 미남이었다.

내 자식이 잘 나야 며느리도 잘난 며느리 얻는다고 며느리는 서강대 졸업한 재원이라 하네.

사내 연애 금지하는 곳에서 만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랑은 같은 계열사의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나보다 몇 살 젊을 것 같은 신랑 엄마가 참 곱고 예쁘다.

 

시어머니 생신에 작은시누이가 집으로 모셔다 축하해 드리고 바람 좀 쐬어 드리고 싶었단다.

그 심부름으로 큰시누이네 조카가 어머님 모시고 운전하고 가다가

차선 바꾸는 중에 추돌 사고가 나 어머님은 생신날 병원에 입원하게 되셨다.

조카는 입안만 조금 터지고 조수석에 앉으셨던 어머니는 갈비뼈 두 개가 골절되어 4주 입원 진단이 나왔다. 

 

그다음 주에 아버님 기일이었는데 제사를 지낼지 말지 고민이었다가

심각하게 많이 다치신 것은 아니어서 우리끼리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설 쇠고 며칠 있다가 어머님 생신, 생신 지나고 며칠 있다가 아버님 제사, 

참 바쁜 주간이다.

 

병원에 들어서자 면회실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가 손을 내미셔서 손을 맞잡고 인사를 드렸다.

그래도 병원 음식이 맛있다고 하시며 그 외에 다른 것들도 잘 드신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시누이는 죄책감이 들었던지 자기 마음을 생각해 봤냐고 내게 묻네.

어딘가에 하소연하고 싶었나 보다.

내 대답은, 생각해 봤지요. 효도하려다가 뜻밖의 사고로.....

 

1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일어서 돌아오는데 이른 아침에 나가

예식장과 병원 딱 두 군데 들렀다가 오는데도 하루해가 저물어 갔다.

 

지난 토요일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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