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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에

by 눈부신햇살* 2024. 1. 2.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내리는 눈 속에 집을 나서는 나를 엄마는 신기해하였지만
나는 동심으로 돌아가 기대를 잔뜩 안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해 내 숏패딩 대신에 엄마의 롱패딩을 빌려 입고.
하지만 결코 장갑은 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설경을 담아야 하므로.
 

 

하! 내가 서울에 와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다니.
축복처럼 하얀 눈이 온 세상에 내리는 날이라니.

 

사박사박 눈 밟고 오르는 기분이란.

 

 

이런 풍경을 보자니 벌써 30여 년이 지난 결혼 전 친구들과 함께 올랐던 유명산의 설경이 떠오른다.
그 시절 패딩 점퍼 같은 것은 없었다. 얇은 옷을 겹겹이 껴입은 위에 청카바를 걸쳤다.
그날 함박눈이 펑펑 하염없이 내려 잎새 떨군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었고,
때론 그 가지들이 하얀 터널을 이루기도 하였고,
멀리 보이는 능선마다 온통 하얀 세상으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지만
그에 따라오는 추위는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위스키를 가져와서 한 잔씩 따라주어 마셨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고 한없이 오들오들 떨다가 끝내는 이런 말로 마무리 지었다.
"내 다시는 겨울, 그것도 눈 내리는 날엔 산에 오지 않는다."
지나고 보니 좋은 추억인 것을......
 
 

 

 

 

 

하마바위

 

 

 

 

 

 

 

 

 

 

 

 
다른 때와 달리 근린공원 쪽으로 내려왔더니 봉화산 옹기테마공원이 있었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오지 않은 터라 호기심 대마왕인 나는 슬렁슬렁 그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그러다 그곳 한편 눈 속에 서있는 `콩쥐와 두꺼비'와 `우렁각시 부부'를 볼 수 있었다. 
 
친정집이 있는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우연히 여기저기서 옹기에 관한 흔적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서울에서 1990년대 초까지 가장 최후에 옹기점이 남아 있던 지역은 신내동 · 망우동이며
중화초등학교와 능산길을 중심으로 번창하였고,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약 200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산림녹화 차원의 입산금지령에 의해 땔감 구하기 등 어려움을 겪다가 양은, 플라스틱뿐 아니라
최근 속속들이 출시되는 신소재 제품의 빠른 유통으로 생활의 뒷전으로 밀려났고,
옹기가마들이 있던 지역에서는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서울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옹기점을 유지하기가 곤란하여 폐점되거나 1990년대 초 경기도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안내 표지판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제야 왜 곳곳에 옹기에 대한 조형물들이 서 있곤 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언젠가 다른 때에 와서 찍었던 사진

 
 

`콩쥐와 팥쥐'
동화 속 옹기 이야기
 
마을 잔치가 있던 날, 새엄마는 팥쥐를 데리고 잔치에 가면서
콩쥐에게는 항아리에 물을 채워놓으라고 하였습니다.
콩쥐는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지 못하고 울고 
있을 때 두꺼비 한 마리가 나타나서 구멍 난 부분을
몸으로 막으면서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평소에 착한 마음씨를 지녔던 
콩쥐는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렁각시'
동화 속 옹기 이야기
 
가난한 총각이 항아리 속에 넣어둔 
우렁이에서 예쁜 처녀가 나와 총각을 몰래
도와주다가 서로 사랑에 빠진 이야기입니다.
요즘에는 우렁각시를 `남몰래 도와주는
착한 사람'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추운 겨울날에 길냥이는 새끼를 낳았구나.
 
 
 
다음날이 되니까 날이 푹해서 거짓말처럼 이렇게 눈이 다 녹은 것이었다.
어제 눈이 왔었나, 싶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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