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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by 눈부신햇살* 2024. 1. 29.

 

1. 방전

 

올겨울엔 눈이 자주 온다.
계속 봄날씨처럼 따뜻해서 이대로 그냥 봄이 되는 건가 싶었지만
어림없다는 듯이 요 며칠 강추위가 몰아쳤다.
이렇게 눈 쌓이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 운동하러 갔다.
 
실내엔 온풍기도 켜져 있고, 운동으로 몸에 열이 올라 땀 흘리다 나오니
땀 흘린 위에다 외투 걸치기 찜찜한 마음에 운동 끝낸 후에  외투는 항상 그냥 들고 나오게 된다.
그러다 얇은 옷차림 속으로 확 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렸었는지
한 열흘 가량 기침도 나고 몸살기가 도졌었다.
 
밤이면 심해지는 기침으로 병원에서 3일 치 약도 처방받고, 약국에서 따로 기침감기 약을 사다 먹기도 했지만
완전히 확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감기 기운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아 몸이 개운하지 않고 등 쪽으로 근육통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이어서
이렇게 한 번씩 비실비실대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일까.
아이들이 열감기 한 번씩 앓으면서 성장했듯이, 나는 몸살감기 한 번씩 앓으며

늙어가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 며칠이었다.
 
조금 몸이 괜찮은 것 같아 운동을 갔다 오면 더 몸이 가라앉고 컨디션이 엉망인지라
며칠 쉬다가 가게 되었는데 이렇게 맹추위에 차를 방치해 뒀으므로
차에 시동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우려와는 달리 쉽게 걸려 안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날처럼 땀 흘린 운동 뒤, 얇은 옷차림으로 외투를 들고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거니 걸리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미련 때문에 미련스럽게 10분 정도 실랑이 하다 끝내는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보험 회사 출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거의 방전 때문이구나.
그것도 겨울이면 꼭 몇 년에 한 번씩 출동 서비스를 부르게 되네.

그러니 무엇이 문제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간혹 방심하다가 이렇게 방전이 되곤 한다.


가까운 거리를 자주 운전하며 시동을 켰다 껐다 하면 
배터리 충전 될 시간이 부족해 차에도 무리가 간다고 해서 어떤 날엔 일부러 일삼아 드라이브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도시(아니 이제 아산은 인구 38만으로 `중도시'라고 한다. 이후 몇 년도까지 목표가 65만이라나.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소도시가 많음에도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대기업들이 들어와 자리했기 때문이라고.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남편이 수시로 아산에 대해 이런저런 소식을 알려주곤 한다.^^
그리고 몇 년 후엔 GTX가 뚫려 친정까지 1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ㅎㅎ) 외곽에선 자동차가
내 발과 같아서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거의 운전은 필수다.
 
아무튼, 날은 춥고 시동은 안 걸리고, 운동으로 솟아났던 땀마저 식기 시작하니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놔두었던 외투를 걸쳐 입게 되었고, 추위를 달래기 위해 손으로 다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길게 느껴지게 마련이고, 그리하여 참지 못하고 두 번째 애프터서비스 신고를 해서
일 년 동안 내게 주어진 여섯 번의 기회 중 두 번을 날리는 미련스러운 짓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뭐, 어차피 이런 일 외에 내가 서비스 요청을 할 일은 없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나를 달래기도 하고.
 
드디어 신고 접수 처리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고, 신고할 때 모바일에 약도가 자동으로 첨부됨에도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잘 파악하지 못해 어디 근처냐고 꼼꼼히 물었고 15분 후에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
`아, 또 15분씩이나? 하지만 어쩌겠어. 침착하자.'
길고 긴 15분이 지나 출동 서비스차가 보이니 어찌나 반갑던지 손을 위로 뻗어 구조 요청하는 사람처럼
마구 손을 흔들게 되었다. 그러느라고 차 문을 열었는데 맹추위에 깜짝 놀라 얼른 닫아야 했다.


추위에 밖에(비록 시동 걸리지 않는 차속이었지만) 30분가량 있었던 나는 
이 맹추위에 두툼한 패딩 점퍼에 귀마개를 하고 온 청년을 보자 안쓰러운 마음이 확 들었다. 
충전시켜 주고 돌아서는 청년에게 이 추위에 고생 많으시다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기쁘고 따순 마음이 되어 충전되라고 30분가량 드라이브를 할까 말까 하다가
곧장 집으로 돌아와 나머지 시간은 공회전을 시켰네.......ㅠㅠ
 
 

무안 읍내에 내렸다는 눈 쌓인 풍경

 

 

 

 

 2. 겨울 밥상

겨울이면 으레 꼬막을 몇 번 먹게 된다.

꼬막을 삶아 까서 양념장을 뿌리고 상에 내놓을 때면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가 접시에 탑처럼 높이 쌓은 꼬막무침을 옆 집에 갖다 주러 심부름 가던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무심히 보다가 빵 터졌던 장면.

 

덕선이네 탑처럼 쌓아올린 산더미 꼬막무침

 

 

겨울엔 들기름에 볶은 달큰한 무나물도 맛있고, 데쳐서 들기름과 참치 액젓에 무쳐 놓은 봄동나물도 맛있다.

겨울이면 김도 다른 계절보다 더 맛있고, 돼지 앞다리살 푸짐하게 넣고 두부 썰어 넣어

바글바글 끓인 김치찌개도 특히 맛있다. 이상하다. 겨울은 식욕이 돋는 계절인가?

 

 

 

3. 불이라도 난 걸까?

 

토요일과 일요일 연달아 신정호에 갔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면 빙판 위로 솟아 있는 갈대들 밑에 저 하얀 얼음덩어리들은 뭐지?

 

호수를 돌다 보니 멀리서 헬리콥터가 무언가를 매달고 낮게 떠오고 있다.

 

 

한 바퀴 빙 돌다가 얼어붙지 않은 호수 가운데에서 물을 철철 넘치게 퍼서 돌아가고 있다.

어디 불이라도 난 걸까?

 

촛불 수형의 메타세쿼이아는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았고,

 

호수를 돌기 전엔 춥다고 움츠렸던 몸을 돌기가 끝날 즈음엔 땀이 나서 외투 지퍼를 열고 찬바람을 들이켜야 했는데

이젠 혹시라도 고뿔님이 다시 방문하실까 봐 염려스럽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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