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운동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점심 사주겠단다.
집에서 만날 보는데 또 밖에서 웬 점심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경우 십중팔구 누구와의 점심 약속이 틀어진 경우다.
뭐, 주로 외근을 하니까 밖에서 남편 혼자 점심 먹는 것이 잦은 일이지만
집 근처이고 이왕 약속이 틀어졌으니 마눌에게 밥 한 끼 사주고 싶었나 보다.
코다리와 중국음식 중에 고르다가 전에 갔던 중식당의 대표 메뉴를 먹어보자에 마음을 맞췄다.
이번엔 딱 창가로 앉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신정호가 멀어 보였다.
초록 논뷰일 때나 황금벌판뷰일 때 참 좋겠다는 생각이 변함없이 들었다.
여기까지 사진 찍었을 때 아이들처럼 그런다고 벌써 못마땅한 티를 내던 남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나온 우육면까지 찍을 때는 반은 포기 상태......
아마도 그런 생각이겠지.
`그래,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이어 내게 드는 생각은
`음, 나란 사람이 점점 뻔뻔해지고 있군!'
먼저 짜사이와 단무지가 놓이는데, 양꼬치 집에 가면 곁들여 나오는 짜사이의 맛과 비교하게 된다.
이곳의 맛이 더 슴슴하다.
그리고 서빙 로봇에 실려 `대만식 우육면'이 나왔다. 한 그릇에 16,000원.
국물 색깔이 진한 간장색인데 맛은 진한 한약재 맛이 난다.
첫 숟갈에 드는 생각.
`음, 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다시 드는 생각.
`걸쭉하고 매운 짬뽕 국물 맛보다는 개운하고 좋은데?'
돌아올 때 남편과 내가 마음 맞추는 말.
"다 먹고 나니 괜찮은 맛이기도 하네."
면발을 뒤적여 보면 중국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청경채와 배추, 파프리카와 버섯이 듬뿍 들어가 있고,
제법 큰 소고기 덩어리들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다.
처음에는 거부감마저 들라고 하던 한약재 맛은 먹을수록 잊혀져 간다.
거부감 들던 그 맛이 나중엔 중독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마치 삭힌 홍어나, 살짝 비린 맛의 과메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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