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에 벚꽃 보러 다녀왔던 날짜가 벌써 재작년 4월이다.
남편이 출장 갈 때 너무 아름다운 길이 한없이 펼쳐진다며
4월 어느 봄날의 휴일에 꽃구경 가자고 해서 갔던 길.
벚꽃이 구름처럼 피어 길게 이어졌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벚꽃길이 이어졌지만,
이 길이 2차선 도로가 아님을,
그래서 벚꽃터널을 이루지 못함을 아쉬워하기도 했었다.
그 길을 지난 눈 내리던 날에 달리던 남편이
하얀 눈길이 아름답다며 한 장 찍고
또 다른 어떤 날엔 잎새 다 떨구고 빈가지만 남은 나목들이
끝이 없이 길게 늘어서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며 찍어왔다.
그것도 우리가 벚꽃 구경 갔을 때 찍은 딱 그 자리다.
그 자리에 서면 풍경에 감탄하는 자리인가.
요즘 싱어게인 열심히 보고 있다.
그중 내가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들은 노래는 이 열여덟 살의 소녀가 부른
`연극이 끝난 후'이다.
노래 부르고 난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엄청 들었다.
나는 고음 잘 지른다고 해서 노래 잘 부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노래를 선호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더불어 명곡은 세월이 흐를 수록 더 빛을 발한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가사가 이렇게나 좋았나. 새삼스럽게 새록새록 음미해 보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을 가사에 대입해 보기도 하면서......
연극이 끝난 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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