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날 동서들끼리 앉아 담소를 나누는데 10월 말쯤이나 11월 초에 울릉도에 가면 참 좋다고 아래 동서가 추천했다.
그림 같은 하늘이 펼쳐져 울릉도가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나.
그 유혹적인 말에 솔깃해졌고 딱 그맘때에 맞춰 울릉도를 향해 떠나게 되었다.

차를 주차해 놓고 배를 타러 간다.

저기 우리가 타고 갈 쾌속선이 보인다.

울릉도에 가는 배는 포항, 후포항, 묵호, 이곳 강릉항 모두 4 군데서 출항한다고 한다.
그중 차를 싣고 갈 수 있는 배는 후포항과 포항인데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빨리 갈 수 있는 쾌속선을 타는데 강릉항에서 저동항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돌아올 때는 평일이어서 저 요금에서 만 원 정도 적은 75,900원.

미리 가서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배를 타고 출발했다.
저렇게 밖에 나와 손을 흔들어주길래 천진난만한 마음이 되어 마주 손을 흔들었다.


저 방파제 끝에 있는 등대를 끌어당겨 찍어본다.
등대 색깔이 다른 이유는
빨간 등대는 바다에서 항구 쪽을 바라볼 때, 등대의 오른쪽이 위험하니 왼쪽으로 가라는 의미이고,
하얀 등대는 바다에서 항구 쪽을 바라볼 때, 등대의 왼쪽이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작년 여름 제주도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두 색깔의 등대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 검색해 보게 되었었다.

빨강과 하양, 두 개의 등대 사이를 빠져나가 20분쯤 달렸을까 배 스크루에 로프가 감겨 푸는 작업 중이라고 한다.
잠시 후에 작업 끝났다며 다시 출발하는가 싶더니 어느 지점에서 회항한다.
완전 제거작업이 원활하지 않아 정박해 놓고 작업해야 한단다. 40분이 걸렸고 그리하여 1시간 늦게 출항하게 되었다.



덕분에 두 번씩 보게 된 강릉항 주변 풍경.
가을 바다엔 눈부신 햇살이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며 반짝거렸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얀 쾌청한 날인데 오늘 독도 가는 배가 왜 운항불가라고 하였을까 의아했다.

멀어져 가는 강릉항구.

망망대해를 달려(?) 울릉도 쪽으로 가까워지면서 배 출항하기 전에 왜 그렇게 멀미약을 드시라고
안내 방송을 자주 했는지, 독도 가는 배가 왜 오늘 운행불가인지 단박에 깨닫게 되었다.
너울너울 너울성 파도가 바다에서 춤을 추었다.
사실 그런 파도는 바다 저 깊은 곳까지 산소를 공급해 주어 바닷속 생물들에게는 이로운 것이라고 하지만
정원 400명의 그리 크지 않은 배를 탄 우리는 마치 그네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출렁거렸다.
배는 흔들리고, 파도는 춤을 추고......
배의 뒤편에 있는 화장실 한 번 갔다가 화장실 벽에 머리 박는 줄 알았다.
중심을 잡을 수가 없어 이리 휘청 저리 휘정 하는데 얼마 전에 보았던
`슬픔의 삼각형'이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배가 전복될 때 이리저리 쓸려 다니던 사람들, 멀미에 계속되던 심한 구토의 장면.
이 배에서도 여기저기서 구토하는 소리와 모습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출항 전 멀미약을 먹었다.
백령도에 다녀온 친구가 자기는 멀미 안 한다고 당당하게 약 먹지 않았다가 죽을 고생을 했다는 말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너울성 파도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어 30분 더 지체되어, 이래저래 배에 탄지 4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저동항 풍경은 그 모든 것들을 깡그리 잊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아니, 우리는 너울너울거리는 물결 위에서 내내 시달리다가 내렸는데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시치미 뚝 떼는 듯한 저 비현실적인 하늘색은 무엇입니까?
컴퓨터 배경 화면인 줄.....
저 멋진 하늘에 빠져 너도 나도 하선하자마자 사진 찍기 삼매경인데 나라고 빠질 수 있나.
사진 찍고 있다가 남편에게 지청구 들었다.
나중에 찍으면 되지. 또 볼 텐데...... 하지만 이런 하늘은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




이 저동항 선착장 저 경찰서쯤에서 렌터카를 인계받았다.
그 방법이 또한 신박하였다. 제주에 가면 셔틀버스를 타고 렌터카 사무실까지 가서 인계받는데,
이렇게 직접 가져다주다니.

먼저 도동항으로 넘어가 독도전망대에 올랐다가 다시 저동으로 넘어온 저녁엔 저 활어센터에서 도다리 세꼬시를 먹었다.

꽈배기와 도너츠, 바나나 우유와 자몽주스로 늦은 점심을 대충 때우고
도동항으로 독도전망대에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원래 이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2.8km가 아름다운 `울릉도 해안 비경'이라는데
얼마 전의 낙석 사고가 아직 완전히 처리되지 않았다 하여 걸을 수 없었다.
다음날 반대로 저동 촛대바위에서 행남등대까지 걸어보았다. 과연 비경이어서 연신 감탄하게 되는 길이었다.
도동까지 쭉 걸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나중에 돌아오는 배에서 보니 울릉도를 걸어서 빙 돌 수 있는 새로운 해안산책로도 한창 공사 중인 것 같았다.

독도전망대 오르는 케이블카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였고, 탑승시간은 5분이었다.
1인당 왕복 7,500원.
바람이 심한 날은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운행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맑은 날엔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데, 일 년 중 약 50일 정도만 볼 수 있다고 한다.
혹시나 오늘이 그 50일 중 하루이려나 기대하였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섬의 크기가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제법 평평한 제주도와는 사뭇 다르게 어찌나 가파른 지형인지
울릉도에서 운전하기는 남편에게도 퍽 힘든 일이었고, 그래서 내게 울릉도행을 추천했던 동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울릉도를 돌았다고 한다.
이 가파른 지형의 높은 곳까지 사람 사는 집들이 있어서 놀랍다.

노인봉과 공군레이더 기지라고 하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독도 모형이 있고,

푸른 바다와 시가지를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시가지 전망대는 왕복 15분쯤 소요된다.


독도는........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오른쪽을 보면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이고,

왼쪽을 내려다 보면 도동 시가지가 보인다.


이것은 무슨 꽃일까요?
잎이 참취를 닮았지만 꽃이 좀 달라서 검색해 보니 울릉도 산지에 많이 자라는 `섬쑥부쟁이'라고 한다.
일명 `부지깽이나물'.
이 곁을 지나면 향기가 옅게 난다. 후각 예민한 나는 맡아지는 향이지만 남편은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다시 내려와 이제는 해안 전망대 쪽으로 가본다. 소요시간 30분.
노란 `털머위' 꽃이 참 예쁘다.
나는 남편에게 `곰취'라고 큰 소리 빵빵 쳤었네.
곰취 잎으로 쌈 싸 먹고 장아찌 담그면 맛있다고. 그러면서도 뭔가 뒷맛이 께름칙했다.
집에 와서 식물도감 뒤적였더니 세상에나 `털머위'네. 앗차! 싶은 이 마음......
잎이 매끈한데 웬 털머위? 잎 뒷면에 털이 나있단다.
바닷가에 많이 자란다고 하는데 제주에서도 많이 보았다.(그러면서 확실히 기억 못하는 건.....ㅠㅠ)
울릉도엔 보랏빛 `해국'과 노란 `털머위'와 하얀 `섬쑥부쟁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한창 공사 중인 사동 공항터가 보이고, 그새 노을이 진다.
뾰족하게 우뚝 솟은 저 바위 이름은 무얼까?

나중에 케이블카 승강장 직원에게 사진 보여주며 물으니 `칼바위'라고 한다.
저 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해안전망대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놀랍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아서 괜스레 우쭐해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비행기 타고 다시 울릉도 올 날이 있을까?
다시 배 타고는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올라갈 때 사진 한 장 찍으며 내려올 때 들리려 했던 저 독도박물관은 아쉽게도 마감 시간이었다.

다시 저동으로 넘어와 숙소에 들어서자 고양이가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신기하게도 체크인하는 동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만들어 놓은 조형물처럼 눈을 반쯤 감고 가만히 앉아 있다.
졸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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