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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강릉에 들러

by 눈부신햇살* 2023. 11. 3.

 

 
강릉에 도착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20년 된 로컬맛집이라는 곳에서
여행 중이니까 든든히 먹어야 한다며 갈비구이를 먹고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 잠깐이나마 밤바다를 거닐자고 해서 경포대 바닷가로 나왔다.
 
둥근달이 밤바다 위로 휘영청 떠서 우리를 반겼다.
경포대는 몇 번째 오는 걸까? 
꽤 여러 번 왔다. 
스물몇 살 때도 왔고, 남편과 연애할 때도 왔고, 
남들 다 제주도로 신혼여행 갈 때 우린 경포대와 설악산으로 왔기 때문에 신혼여행 때도 왔고, 
아이들 어릴 적 가족여행으로 와서 겨울 바다를 보았었고,
그 아이들 머리 크자 "두 분이서 오붓하게 다녀오세요."라며 따라오는 걸 정중히 사양해 또 둘이 왔었고,
남편 친구들 부부 동반 모임에서 왔었고, 그런가 하면 내 친구들 부부 동반 모임에서 왔었고......
꼽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왔었네.
 
스물몇 살 때 맨 처음 잔뜩 기대감을 안고 마주한 바다에 별 감흥이 일지 않았던 것처럼
또다시 오랜만에 찾은 밤바다 풍경 역시 심드렁했다.
내가 바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에서 오갔다.
 

청춘들은 폭죽놀이를 하고 있었고.....
(다시 들여다보자니 완전한 보름달은 아닌 것 같아 달력을 확인해 보니 열사흘 달이었네.)
 

 불금이어서인지 보이는 가게마다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바라본 경포호는 이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밝은 빛으로 바뀌었다.
육안으론 저 멀리 대관령에 늘어선 풍력발전기들이 보이는데 사진엔 보이지 않네.
 

 

 떠나기 전 잠시 경포대의 아침을 바라보고,
 

갈매기들에게 뭐 하고 있느냐고 아는 척 인사도 던져보고,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경포대에 눈길을 주고선 돌아섰다.
 

아침을 거하게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유명한 강릉초당순두부를 먹어보자고 해서 한 상 받았다.
하얗게 담백하게 나와 마음에 들었다. 1인분에 1만 원.
담백한 맛이라 부담없어 좋았는데 뜻밖에도 밥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다른 식당들과 다르게 좋은 쌀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 천국인 나는 또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안뜰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예약해 둔 배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경포호나 한 바퀴 돌자며 슬렁슬렁 걸었다.
 

마침 경포호를 한 바퀴 도는 달리기 대회 행사가 있어서 공원 잔디밭에는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몸을 풀며 북적북적하였다.
 

 
 
 
우리가 걷는 경포호 주변으로는 홍길동전에 나오는 인물들의 조형물이 늘어서 있었다.
2003년 김문기 작가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어떤 부분은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받은 탓에 반질반질하였다.
그것을 확인하자니 그렇다면 "나도 한 번" 하면서 쓰담쓰담 만져보게 되었다.

아버지 홍판서와 부인 유씨

 

 

길동을 아끼는 이복형 홍인형

 

길동의 어릴 적 동네 친구들

 

길동의 친어머니 춘섬
 

홍판서의 첩 기생 초란
 

부자간을 이간하는 관상녀
 
 

길동의 방을 침입하는 자객
 

문득 고개 돌려 숲 쪽을 바라보았더니 주황원피스 입은 아이가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솔방울 주웠나 보네!
 

저 멀리 초록색 카디건 입은 여자 아이는 토끼들과 놀고 있군.
둘러보니 이런 아이 조형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도적 텁석부리와 졸개들
 

재물을 나눠주는 의적 활빈당원들

 

활빈당에게 곤장 맞는 탐관 사또
  

재물을 나눠 받고 좋아하는 백성들
 

 백성을 괴롭히는 흥청망청 포졸들
 

 
아마도 호수를 빙 둘러가며 이런 조형물이 계속 있을지 모르겠지만 
둘레 6km를 다 돌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지라 이쯤에서 왼쪽 숲길로 몸을 틀었다.

 
 

커다란 벚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봄이면 이 길이 얼마나 환상적인 꽃길일까 상상해 보고,
 

 

석호엔 수많은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신기하고도 아까웠다.
저 많은 맛있는 굴들은 누가 다 먹지? 새들이?
아, 나도 먹고 싶다~
 

 

오죽이 보여 신기하다며 한 장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강릉항을 향해 달려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멋진 소나무숲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려서 잠시 구경하기로 했다.
 

송정해수욕장 방풍림 소나무숲이었다.
 

 

그새 하늘이 더 파래져 있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경포대바다보다 송정해변 바다가 더 아름답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저기 멀리 보이는 곳이 강릉항이라고 한다.
 

 

 
이제 울릉도 갈 배를 타러 강릉항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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