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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나의 살던 고향은

by 눈부신햇살* 2023. 5. 13.

남편이 내 고향으로 출장을 간다면서 따라가려느냐고 물어서 냉큼 따라나섰다.

남편이 볼 일을 보는 동안 나는 먼산 바라보기나 하였다.
 

또 다른 볼일을 보는 동안 군내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시골에도 저렇게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는구나.
 

장이 서는 날이면 할머니와 둘이서, 때로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먼 길을,
하얗게 흙가루가 폴폴 날리던 신작로를 한없이 타박타박 걸어서 왔었던 면소재지 장터 옆 대로.
단발머리 나풀거리던 까무잡잡하던 가시나가 이순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와서 보니
감개무량은 고사하고 어디가 어딘지 전혀 알아볼 길이 없다.
 

언젠가 방송에서 보았다는 낙지 맛집을 찾아갔다.
어찌나 허름한지 정말로 영업을 하는지 긴가민가 할 정도의 건물이었다.
 

 

싸인지가 온통 벽을 장식하고, 간혹 유명인의 싸인도 있는 걸 보니 맛집이 맞긴 맞나 보다.
 

가격이 후덜덜하게 세다. 
차림표 속의 사진이 `기절낙지'.
기절낙지, 호롱, 연포탕은 낙지 두 마리부터 주문이 가능하단다.
 

테이블에다 비닐 까는 것 엄청 싫더라.
무화과절임(무화과가 많이 나는 고장이라 어릴 적부터 자주 먹었다), 꼬시래기무침,
꼴뚜기젓, 칠게장(전라도에서만 먹는 유명한 음식으로 칠게를 갈아 담가 숙성되면 밥에다 비벼 먹는데
어린 날에 많이 먹었다), 갈치속젓 등등 밑반찬이 깔리고,
 

한참 먹다가 사진 찍는 것을 까먹었다는 것을 인식, 먹다 말고 부랴부랴 한 장 찍었다.

내 고향은 세발낙지가 유명한 고장.
한 마리씩 나무젓가락에 감긴 낙지호롱이는 야들야들하고 간이 딱 좋은 게 정말 맛있었다.
밑반찬들도 거의 맛있다.
전라도는 맛의 고장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너무 많이 시킨다고, 다 못 먹는다고 낙지비빔밥은 한 개만 시키자고 하는 데도
부득불 두 그릇 시켰다가 조금 남기게 되었다.
나올 적에 맛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남겼다고 양해를 구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이라고 했더니 `양파김치'를 내오셨다.
아는 사람만이 아는 맛, 나는 달게 먹었다.
입 끝에 따라오는 어릴 적의 추억.
양파와 고구마도 많이 나는 고장이라 생양파와 날고구마를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아무 밭에나 들어가 쑥 뽑아먹곤 했다.

혹시나 지나가던 어른들이 보시면 한 곳에서만 너무 뽑아먹지 말라고 하셨다.
노랗게 유채꽃 피기 전엔 달큼한 유채순도 꺾어서 길을 가며 껍질 벗겨 먹곤 했다.
 

식당 옆으론 작은 성당이 하나 있었다.
 

사진이 너무 허접하다.ㅠㅠ
 

고향 동네에 도착했더니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온통 끝없이 펼쳐진 양파밭이다.
이제 막 한창 수확 중인 밭도 있었다.
 

 

 

 

 

 

 

 

 

조금만 당겨 찍으면 건너편 육지가 손에 잡힐 듯하여

바다가 아니고 호수인 것만 같다.

 

 

해당화 향기가 진하게 날려 저절로 숨을 크게 쉬게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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