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엔 파란 호수와 푸른 하늘, 초록의 산을 보며 마냥 듣기 좋았던 분수 물소리.
그다지 크지 않았던 물소리가 나중엔 점점 크게 들리고 거슬리기 시작하며 소음같이 여겨졌다.
그건 오래전 치악산 계곡가에 텐트 치고 야영할 때와
강릉 경포대 바닷가의 숙소에 묵을 때와 같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엔 마치 맞게 듣기 좋은 소리였던 계곡물소리와 파도 소리가
밤이 되면 천둥소리처럼 들리며 소리 크기가 달라지던 경험.
손님 없는 적막함마저 감도는 커다란 가게에서 한참을 단둘이 앉아 있으려니
묘하게 분수 물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호수 건너편엔 이런저런 모양의 주택들.
집 앞으로는 예당호가 널찍하게 펼쳐지려나.
물속에 발 담그고 서있는 나무는 언제 보아도 신기하다며
멀리 있는 예당호 출렁다리와 타워를 이따금 한 번씩 바라보며 카페라테를 마셨다.
오래전 한번 다녀갔다고 오늘은 굳이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작은 군소재지의 군청 건물은 작고 세월의 더께를 뒤집어쓰고 오래됐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커다랗고 멋진 디자인의 신축 청사 건물에 감탄했다.
실내 한 구석에서는 작은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한 점 한 점 유심히 보고 나서 혹시나 저기에 화가가 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다과를 나누고 있는 쪽을 바라보았더니
화가와 눈이 마주쳤고 인사를 하며 다가와 전시회 안내장을 건네준다.
문득 막내 이모 생각이 났다.
요즘은 손주들 보느라고 바빠서 예전처럼 많이 그림을 그리진 못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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