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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봄날의 외암리 2

by 눈부신햇살* 2023. 4. 14.

 

빈집인 듯한 두 이(二) 자 집 마당은 여름에 왔을 땐 개망초 천지였다.
마당의 저 어린 새싹들이 모두 개망초일지도 모른다.
 

옆으로 돌아가면서 까치발을 하며 담 너머로 들여다보니 ▢ 자 한옥 구조다.
 

 

향기 진한 으름덩굴 꽃

 

 

꽃잎 안쪽까지 연한 자주색이니 이 나무의 이름은 `자목련',
꽃잎 안쪽이 흰색이고 바깥쪽은 자주색이면 `자주목련'.
 

 

오랜만에 보는 풍성한 옥매를 찰칵거리다가 뒤늦게 풀 뽑는 아저씨를 발견했네.ㅎㅎ
지금은 꽃잔디도 한창이네.
 

할미꽃은 벌써 폈다가 지며 백발이 성성하고,
 

서부해당화가 만개한 봄

 

스완 씨네 정원의 하얀 울타리를 따라 난 길을 지나 마을 밖으로 나갔다.
스완 씨네 정원에 이르기도 전에 우리는 낯선 손님들을 맞이하러 나온 라일락 향기와 만났다.
라일락 꽃은 작고 푸른 하트 모양의 싱싱한 잎 사이에서, 
그 연보랏빛과 하얀 봉우리 깃털 장식을 정원 울타리 너머로 호기심에 찬 듯 내밀고 있었는데,
꽃들은 이미 햇빛을 듬뿍 받아 그늘에 들어가 있어도 빛으로 반짝거렸다.
어떤 꽃들은 `사수의 집'이라고 불리는 관리인이 사는 작은 기와집에 반쯤은 가린 채로,
그들의 분홍빛 미나레트*를 고딕풍 합각머리 위로 내밀고 있었다.
....... 중략......
나는 꽃들의 나긋나긋한 허리를 껴안고 향기로운 별 모양 곱슬머리를 끌어당기고 싶었지만,
이런 내 욕망에도 아랑곳없이 가족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갔다.
...... 중략......
우리는 잠시 울타리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라일락의 계절이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높다란 샹들리에 모양 보랏빛 꽃에서 섬세한 빛을 퍼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 전만 해도 그 향기로운 거품이 물결처럼 부서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잎은 이제 생기를 잃고 꺼멓게 오그라든 채로 메마르고 향기 없이 시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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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레트 mimaret. 회교 사원의 첨탑을 가리키는 말로, 프루스트는 라일락 꽃이
페르시아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이런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p239~240 중에서
 


라일락은 중세 때 아랍에서 스페인 및 북아프리카를 정복하면서 함께 들어가서
15세기부터는 유럽에서 재배를 시작하였고 조선 말엽에 우리나라로 건너와 원예용으로 펴졌다는 기록이 있다.
- 이유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중에서
 

 

 

 

 

만첩수양홍도화

 

 

 

 

 

 

 

이런저런 꽃나무 몇 그루쯤 예사롭게 심어져 있는 외암리 마을에
따사로운 봄볕이 고즈넉함을 데리고 함께 내려앉아 있는 날이었다.
무심한 봄바람이 한 번씩 반가운 손님처럼 왔다 가곤 했다.
 
 
* 산책이  가져다주는 시적인 기쁨에 미각의 기쁨과 따뜻한 휴식의 기쁨을 뒤따르게 했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스완네 집 쪽으로 1>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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