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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바쁜 듯 바쁘지 않은 나날

by 눈부신햇살* 2022. 12. 21.

 

15일부터 18일까지 또다시 당번이 되어 시골집에서 어머니 보살피는 동안

어머니의 호전되는 상태를 알아보러 일주일에 한 번 병원 가는 날,

목욕 시켜드리고 머리도 감겨 드리고 드라이기로 말려 드린 후 시동생을 기다린다.

시동생이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간 후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순간 남편이 조금 일찍 퇴근해

시골집으로 와서 수고한 나를 위해 드라이브를 시켜준다고 해 탑정호에 갔다.

 

혼자서도 밥 잘 먹는 나는 일찌감치 정오 조금 넘어 점심을 먹었는데

2시쯤 도착한 남편이 빵을 사주네.

맛있었지만 도저히 감당 안 되는 양이라 거의 남편이 먹어야 했다.

 

사진에 찍힌 동그란 조명등들이 하늘에 뜬 별 같다고 얘기한다.

 

카페에 한 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커다란 테이블에 열 명 정도가 무슨 행사를 치르는지 요란했다.

전도사님이란 호칭이 자주 들려오는 것을 보니 교회 성탄절 모임인 것 같았다.

짐작컨대 대략 전도사님에게 성도들이 선물을 주는 것 같은데 

일일이 하나하나 선물을 줄 때마다 무슨 말들인가를 나누면서 이어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요란했다.

나는 너무 시끄럽다는 눈빛을 몇 번이나 보냈으나 내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면 오로지 전도사님만 보이는가.

카페에 머무는 한 시간 내내 그러니 다른 손님들에게 나는 감탄했다.

그 소동을 고스란히 참는 사람들.

우리가 머문 카페 2층에 직원은 없었고 우리 포함 다섯 테이블 정도 앉아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모두들 잘 참는지 그 참을성에 그야말로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오래전 테니스엘보로 팔꿈치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닐 때 물리치료실에서

어떤 여자분이 요란스럽게 비명을 질러댈 때가 문득 떠올랐다.

한 분이 점잖은 톤으로 한 말씀 날렸다.

"거, 너무 소란스러운 거 아니에요?"

내가 그 한마디가 하고 싶다고 하자 남편이 말렸다.

 

 

저수지를 한 바퀴 차로 돌아 집으로 돌아와 조금 있으니 어머니 모시고 시동생 부부가 왔다.

시동생 집에 들러 동서와 함께 병원에 갔었단다.

 

시골 시댁에 내려가던 날,

아산엔 눈이 펑펑 내려 공주 유구를 지날 때까지 산과 들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겨울만이 줄 수 있는 온 세상이 하얀 멋진 풍경에 연신 감탄하며

마치 겨울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며 산과 들을 자꾸만 바라보게 되었다.

 

논산이 가까워지자 눈이 들판을 확 덮지 않고 희끗희끗 쌓여 눈이 아산보다 덜 왔구나 생각했다.

그 저녁, 아산과 서울에 눈이 펑펑 내릴 때에도 논산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기온이 아산에 비해 따뜻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비가 오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다음날엔 눈으로 바뀌어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오랜만에 마당에 길도 내보고, 하얀 모자를 쓴 차 지붕도 털어내고,

 

 

 

 

 

큰시누이에게 당번을 넘겨주고 남편 차가 앞서고 내 차가 뒤따르며 아산 집으로 올라오는 길,

내 차 계기판에 공기압 경고등이 떠서 이렇게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공주 공산성 맞은편

타이어 가게에서 차바퀴에 공기를 넣으며 한 마디 하고 싶어지는 것을 참았다.

"풍경이 참 멋진 곳에서 일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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