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복 효 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초기 블로그 때 친구 블로거 님께서 내게 보내주었던 이 시가
비 온 뒤 토란잎이 아니고 연잎 위에 궁그는 물방울을 보노라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물론 나는 저 `토란잎' 자리에 `연잎'을 갖다 넣어서 생각해본다.
연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는 물방울과
궁글궁글 궁글며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을.
연꽃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자리엔 어느덧 연밥으로 남아 영글어갈 테고......
헌 다리 허물고 새 다리 들어섰다.
따라서 다리 위에서 바라보던 신정호 뷰도 달라졌다.
찬란하고 눈부셨던 하루 해가 꼴깍 넘어간 자리에 붉게 타는 저녁놀.
제법 큰 나무에 풍성하게 핀 하얀 배롱나무 꽃이 분분히 떨어진 길.
호수를 돌다 보면 어느 날에 눈썹 같은 초승달이 방싯 웃으며 아는 척을 하곤 했지.
신정호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자리에 어느 날 불쑥 세워진 조형물.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며칠 후엔 그 글자들을 비추는 조명등도 설치됐다.
한바탕 소나기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무지개가 떠서 기쁨을 주고,
이럴 땐 앞동이 아니라 뒷동에 산다는 것이 말할 수 없이 애석했지.
한여름에 코스모스가 피어 반갑기도 했지만 가을꽃이라 알고 있는 우리는 늘 어리둥절해하기도 했다.
어린 날부터 보았던 동네 어귀 길목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코스모스를 떠올리며
그때가 가을이었나, 여름이었나 되짚어 보기도 하고,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노래 가사를 떠올려 보며 분명 가을꽃인데,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였지.
작사가 김이나 씨의 <보통의 언어들>를 읽다가 발견한 구절.
같은 책에서 보았는지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에서 읽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억수로 퍼붓던 비가 잠시 그쳤을 때.
며칠을 비가 오더니 오늘은 반짝 해가 났다.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밝은 햇살 아래 잘 마르고 있는 빨래를 보는 기분이 개운하다.
꿉꿉하고 눅눅했던 집안과 집 밖의 모든 것들이 보송보송해지기를 바라며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감사하는 마음이 그득해진다.
사흘 후에 또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
무사히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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