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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이리저리 이틀간 2

by 눈부신햇살* 2022. 6. 28.

어쩌다 보니 이래저래 친정에 자주 가게 되었다.

친정에 들렀을 때 몇 번 식사를 사드렸더니 고마워서 그러시는지

힘드시니까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데도 불구하고 또 김치를 담가놓았다고 들러서 가져가라고 하신다.

한편으론 손 많이 가는 김치를 담가주시는 것이 은근히 고맙기도 하다.

그렇지만 번거로운 일이 엄마를 피곤하게 할까 봐 받아오면서도 신경이 쓰이곤 한다.

 

나는 아이들 밑반찬 조금 해주면서 그중 콩자반을 덜어서 엄마에게 갖다 드렸더니

에게, 겨우 요걸, 하는 말을 얼굴 표정으로 다 하셨다.

손이 큰 엄마에게서 나올 당연한 답을 알고 있었기에 그리 생각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막상 보니 표정 관리가 안 되시나 보다.

 

 

처음 맞는 며느리의 생일을 한 주 앞당겨 축하해 주러 일산 집에 갔다.

작은아들까지 다섯이서 외식하러 가는 길에 보는 모감주나무 꽃.

 

 

한때 내가 늘 지나다니던 길의 벚나무가 제법 우거진 것이 보기 좋아 사진에 담으려니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는다고 아들들에게 일러바친다.^^

나는 나대로 그것이 당신에게 무슨 불편을 주느냐고 말한다.

나 혼자 맘에 드는 풍경 찍다가 가고 있는 당신한테로 뛰어갔다가 반복하는데

당신에게 무슨 지장이 있느냐고. 아이들은 막 웃는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면서 DSLR은 왜 옷방에다 넣어두고 쓰지 않느냐고 큰아들이 묻는다.

몇 가지의 이유를 댄다. 

그러면서 후회한다. 이렇게 쓰지 않을 걸 큰아들이 달라고 할 때 줄 걸 그랬다고.

지금은 그것보다 더 성능 좋은 카메라를 샀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내가 아산 집에서 미리 끓여간 미역국을 데우고,

해가지고 간 몇 가지 반찬으로 소박하게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며느리가 과일을 내오고, 큰아들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고, 작은아들이 설거지 끝내기를 기다려

이제 우리 집이 아니라 아들네 집에 다니러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일산 집을 나서는데

며느리가 예쁜 미소를 띠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이렇게 모두 축하해 주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작은 말 한마디가 주는 잔잔한 감동.

며느리의 서툰 우리말 인사와 동작이 귀여워서 우리는 한바탕 웃었고, 겨우 한다는 답례의 말이 멋대가리 없는

"인사를 참 잘한다아~!"

이었다.

 

작은아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내려온 아산 집.

습관처럼 신정호에나 갔지만 역시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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