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치는 듯하여 산에 가자고 하니
엄마는 텔레비전이나 보시겠다고 하신다.
그리하여 나 혼자 슬렁슬렁 느긋하게 두리번두리번 온갖 해찰 다 하며 오르게 된 앞산.
산 초입의 푸르른 나무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반기는 듯하다.
마사토 길은 미끄러워 조심스러웠는데 야자매트를 쭈욱 깔아 놓아 한결 편안한 길이 되었다.
비 온 뒤라 나뭇잎들이 모두 다 싱그러워 마음까지 싱그러워진다.
그동안 못 보던 데크길이 생겨서 호기심에 그쪽 길로 들어서 보았다.
제1 전망대에서 잠깐 트이던 시야가 제2 전망대에 서니 시원하게 뚫린다.
산 한 켜, 아파트 한 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루떡 같기도 하고,
보이느니 빼곡한 아파트 숲.
그래도 그 아파트들 너머로 보이는 푸른 산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여 이마를 찧거나 어깨를 부딪치는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스펀지를 감아 놓았나 보다.
길을 너무 잘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했더니 이른바 무장애 나눔길이었다.
휠체어 타고도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길.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도 만약을 대비해 우산 하나씩 들고 산에 오르고 계셨다.
엄마 생각이 났다. 억지로라도 모시고 올 걸.
다음엔 한 번 꼭 같이 올라야겠다.
이 건물 앞쪽엔 작은 매점이 하나 있고,
청명한 날엔 왼쪽으로 롯데월드타워, 오른쪽으로는 서울타워를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볼 수 없는 날이다.
먹골배 `시조나무'라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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