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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참새 소동

by 눈부신햇살* 2022. 6. 24.

 

현관 입구의 작은 방 창문을 여는데 얼핏 무언가 호랑나비라고 짐작되는 것이 푸드덕거리며 날았다.

알 수 없는 그것은 문 여는 곳의 반대쪽 창틀 쪽으로 순식간에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날아가지 못하고 창문과 플라스틱 사이로 떨어졌던가 보았다.

돌아서 방을 나오려다 말고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소리 나는 데를 찾아보았다.

정말 작은, 아직 새끼인 듯한 새 한 마리가 창틀 끝 구석에 오도카니 앉아 있다.

왜 안 날아가고 저기 있는 거야?

유심히 보고 있노라니 날아가려다 못 가고, 날아가려다 못 가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 집은 베란다 확장형 아파트인데 안전 문제를 고려해서였는지 거실 쪽 창문과 현관 입구 쪽 작은 방

두 곳의 창문 난간에 딱 난간 높이만큼 투명 플라스틱으로 벽을 만들어 놓았다.

새들이 보면 그것을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 새는 날아가려다가 플라스틱에 부딪혀 떨어지고 또다시 날아가려다가

플라스틱 벽에 부딪혀 내동댕이 쳐지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 좀 더 높이, 더 더 높이 날아올라 넘어가야지!"하고 새가 알아듣지도 못하고

오히려 내 목소리에 더 겁을 집어먹을 말을 응원이랍시고 열심히 했다.

작은 새는 플라스틱 투명 벽과 유리창문 사이의 좁은 틈에서 발버둥 치며 있는 힘껏 날아올라도

딱 난간 투명 벽 높이의 반만큼만 날아올랐다가 탈출에 실패하여 떨어지곤 하는 것이었다.

실패하고 난 뒤 작은 새의 가슴이 펄떡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허무하게 반복되는 새의 날갯짓이 안타까워 내가 잡아서 날려주려 해도

이쪽 문을 열면 저쪽으로 총총히 걸어서 도망가고

저쪽 문을 열면 다시 반대편으로 총총 도망가곤 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한쪽에서 새를 몰아보란다.

반대쪽에 서 있다가 내가 모는 새를 잡아 날려주는데 시원하게 날아가는 새의 모습에

내 마음이 어찌나 후련하던지 기쁨의 웃음이 커다랗게 나오고 잘했다고 박수까지 쳐주게 되었다.

 

다음날인 휴일 아침, 유별나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새들은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며 잠을 깼다.

그날따라 새소리는 더 크게 들려 

- 이 동네는 참새마을이라고 이름 지어야 될까 봐.

농담을 하게 되었다.

- 간밤엔 뻐꾸기도 밤늦도록 울어대던데, 새들 수가 사람 수보다 더 많은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날에 비해 바로 옆에서 지저귀는 것처럼 유별나게 참새 울음소리가 컸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우리 집 난간에 앉아 지저귀어서인지

아니면 바로 아래층이나  위층에서 지저귀는 탓인지 둘레둘레 자꾸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참새 한 마리가 우리 집 난간에 와 앉아 나를 쳐다보며 큰 소리로 지저귀는 것을 보았다.

 

순간 나는 

- 어, 저 새가 어미새(어제 본 새보다 커서...) 같은데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나 봐.

농담을 하며 웃었다.

그러자 남편이 은혜 갚으러 왔나, 우스개 소리를 하며 창문 쪽으로 가서 바깥쪽을 내다보다가 외쳤다.

- 또 새 떨어졌다.

이번엔 거실 쪽 창틀 구석으로 새가 떨어졌다. 

창문을 살짝 열자 이내 거실로 날아들어왔고, 나는 쪼끄만 참새가 무섭다고 피하며 소리를 질렀고,

새는 주방 쪽 창문으로 곧장 날아갔으나 방충망에 막혀 못 빠져나가고 다시 거실로 날아오려는 걸

남편이 냅다 잡았다. 그리고 또 창밖으로 날려 주었다.

남편 손 안에서 파르르 떨며 짹짹거리던 참새.

- 설마, 어제 떨어졌던 그 녀석은 아니겠지?

 

창밖을 살펴보니 지대가 조금 높은 작은 숲에서 우리 집까지 딱 날아오기 좋은 거리와 높이였다.

이 일로 나는 창틀을 유심히 바라보는 습관과 참새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흥부와 놀부'란 전래 동화에 너무 심취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은혜 갚은 까치'란 전래 동화도 내게 영향을 끼쳤으려나.

궁지에 몰린 새끼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렇게나 크게 울어댔던 건데 말이다.

 

 

 

 

새털 같은 자귀나무 꽃이 피는 시기가 되어

요즘은 오며 가며 자귀나무 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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