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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고향 바닷가에서 2

by 눈부신햇살* 2022. 5. 17.

 

우리들은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동네에서 살았다.

그중 우리가 원송현이라고 부르는 송현은 가장 깊숙이 자리한 동네이며 내가 태어난 곳인데

지금은 차박 하는 사람들로 작은 송림에 빽빽하게 사람들이 차 있어서 놀라웠다.

그 외 내가 3년 동안 학교 다닐 때 살았던 유종동을 비롯해 성동, 용동, 꽃회사, 배나무정(?),

모두 바다를 끼고 있어서 동네별로 어린 날 놀던 바닷가가 다 다르고 추억 또한 다르다.

 

어떤 친구는 자기네 집에서는 늘 바다가 보여서 눈 뜨면 보는 것이 바다였다고 한다.

와, 전망 좋은 집이었네! 요즘은 그런 집을 최고로 치는데, 하는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우리들이 어울려 떠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 옆 잔디밭에는

화사한 송엽국이 피어 있어 우리들의 흥겨움을 더 돋구어 주었다.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와보니 썰물 때가 되어 바닷물이 멀리로 빠져나갔다.

 

우리들의 추억놀이가 시작되었다.

1차로 보물 찾기를 했다. 아쉽게도 나는 <꽝, 1년 후>가 나왔다.

 

두 번째는 각 동네별로 나뉘어 윷놀이를 했다.

한 친구가 다섯 모를 내는 바람에 허무하게 끝났다.

하지만 어이없고 황당해서 우리 모두를 엄청 웃게 만든 요소가 되었다.

 

 

세 번째 놀이는 동네별 이어달리기였다.

회장이 출발선을 그리러 가고 있다.

 

어린 날, 나의 달리기 실력은 온 반이 다 알고 지금까지 두고두고 화젯거리가 되는 일이다.

어느 해 운동회 때 운동장을 몇 바퀴 도는 오래달리기 대회에서

1등이 꼴찌인 나보다 한 바퀴 더 돌아 나를 앞지를 때 단상에 앉아 계시던 교장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며 ㅇㅇ가 일등이다! 외쳐서 구경하던 모든 사람들을 한바탕 웃게 만든 일도 있다.

 

우리 동네 팀에게 미리 알렸다.

- 다 알지? 내가 잘 못 달린다는 거?

다들 수긍의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의 이어달리기 팀원 중에서 첫 번째 주자였고, 네 구간 중에서 꽤 긴 거리였다.

모두 달리고 있거나 혹은 달리려고 대기 중이어서 앉아서 구경하는 친구들이 몇 명 없어

딱 한 명만 보았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데 나는 1등을 하였다.

그 친구가 그랬다.

- ㅇㅇ가 달리기에서 1등 한 것 처음 보았다. 세상에! ㅇㅇ가 달리기를 1등 했어야!

 

그리하여 우리 동네가 1등을 했는데 도중에 넘어지는 친구들도 발생하고,

관절염으로 아파서 못 뛴다는 친구와 벌써 술이 얼큰하게 취해 못 뛰는 친구도 있어

인원이 부족해 다른 동네 친구를 대신 뛰게 만든 게 반칙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시끄럽고 귀 따갑게 태클이 들어와 다시 또 뛰게 되었다.

두 번째엔 마지막 주자로 뛰게 되었는데 우리 동네는 2등을 했다.

낼모레면 육십이 되어가는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달리기가 그렇게 재밌는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달리기를 하려고 백사장으로 내려왔는데 멀리 낙지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

나를 불러 갔다가 뜻밖에도 나는 잘 모르는 먼 친척뻘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우리 동창 아내의 집안이다. 세상에나!

얘기하다 보면 한 집 건너 서로서로 친척인 동네들이다.

 

우리들의 이어달리기 바통은 나무젓가락.

 

 

낙지가 들어 있는 구멍을 찾아내 삽으로 뻘을 퍼내고 낙지를 잡는다.

 

 

 

닭백숙으로 저녁을 먹고 나는 몇 명에게만 인사를 건네고 몰래 모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내 살던 곳 어디메쯤이겠지 하는 곳을 마구 사진에 담았다.

 

 

유채와 보리, 양파를 많이 심던 곳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양파의 주산지이긴 하지만 이것은 보리가 아니고 꼭 귀리처럼 보였다.

 

 

나를 태우러 온 남편이 알아보니 이것은 모두 팽나무들이란다.

 

심지어 한창 개발 중이어서 새로 내는 길들의 작은 가로수들도 모조리 팽나무들이더란다.

 

멀리서 보는 팽나무 숲.

 

 

우리 학교의 분교가 있었던 섬이 멀리 보인다.

 

 

 

 

 

어디서건 눈을 돌리면 구릉 너머로 물 빠진 바다가 보이고,

 

 

원송현의 반대쪽 바다 너머로도 육지가 보인다.

 

내 살던 동네를 눈으로 더듬어 보지만 아리송하긴 매 한 가지.

 

내 기억 속의 미자네 집이 맞을 꺼나?

 

이곳에서도 역시 물 빠진 바다가 보이고, 코딱지만 한 무인도도 보이네.

 

 

 

요양원으로 변한 학교의 입구 닫힌 문 앞에서 아쉬움이 그득해졌다.

 

강아지들만이 우르르 몰려왔다.

 

 

다음날 다들 서울로 올라가면서 중계방송을 한다.

그러다 자기네들끼리 휴게소에서 만나 같이 우동 먹는다고 시끄럽고,

저녁쯤 되니 다리 아프다고 시끄럽고,

각자 소감 한 마디씩 얘기하느라고 단톡방이 며칠을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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