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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그림 같은 집

by 눈부신햇살* 2022. 4. 26.

 

 

궁평다리 끝에는 연분홍과 진분홍색의 겹벚꽃이 만개해

연둣빛 새순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예쁜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궁평다리를 지나 연둣빛 산을 바라보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는

많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집이 한 채 있었다.

 

도대체 몇 그루의 나무들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걸까?

저 집에서는 이따금 개가 한 번씩 컹컹 짖고,

닭은 고장 난 시계처럼 수시로 꼬끼오 울어댔다.

 

 

집으로 가는 길 / 최하림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

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

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

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

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

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 고요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

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 내 고요를

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이쪽에서 보아도 저쪽에서 보아도 언뜻언뜻 지붕만 보인다.

낮은 산 아래 동그마니 떨어진 외딴집.

 

하양과 연분홍, 진분홍, 다홍색의 꽃들이 피어 꽃대궐을 이룬 집.

저 집 마당에 반나절을 앉아 멍을 때려도 전혀 싫증 나지 않을 듯하다.

나무들이 호위 무사처럼 가만히 감싸 안은 집.

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아름다운 봄날의 노래를 들려줄 것만 같은 집.

 

 

집으로 가는 길 2 / 최하림

나 물속처럼 깊이 흘러 어두운 산 밑에 이르면

마을의 밤들 어느새 다가와 등불을 켠다

그러면 나 옛날의 집으로 가 잡초를 뽑고

마당을 손질하고 어지러이 널린 농구들을

정리한 다음 등피를 닦아 마루에 건다

날파리들이 날아들고 먼 나무들이 서성거리고

기억의 풍경이 딱따구리처럼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나는 공포에 떨면서 밤을 맞는다

과거와 현재 사이로 철철철 밤이 흘러간다

뒤꼍 우물에서도 물 차오르는 소리 밤내

들린다 나는 눈 꼭 감고

다음날 걸어갈 길들을 생각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남진의 노래가 떠오르고,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꿈같이 예뻐서 자꾸만 시선이 가서 머물지만

내가 살기에는 어쩐지 망설이게 되는 집.

열 가구 정도가 모여 사는 곳으로 저 집을 저 모습 그대로

온전히 들어다 옮겨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생각 들지만

그러면 또 저 분위기는 사라지고 말겠지?

 

 

어느 날 벤치에 앉아 올려다본 칠엽수의 잎들이 참 예뻤다.

잎을 세어보자. 하나 둘 셋......

어라, 일곱 개가 아닌 것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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