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22일)에 엄마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하는 날이라
혹시 모를 부작용을 대비해 아산에서 서울로 갔다.
내 차의 내비가 무엇이 잘못 조작되어 있는지, 유료도로 최소화를 선택하지도 않았고,
<거리우선>을 선택했음에도 자꾸만 국도로 인도해서 중간에 휴대폰의 카카오 내비를 켜고 고속도로로 달려갔다.
달리다 보니 휴대폰이 미끄러져 보기 쉽게 제대로 놓는다고 하다가 옆 차선에 살짝 들어선 걸 발견하고서
깜짝 놀라 쌩 지나가는 차를 피해 내 차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내 차가 사정없이 흔들거렸다.
시속 100킬로로 달리는 중이라 빠른 속도에서 핸들을 갑자기 틀자 차가 요동을 친 것이다.
식겁하면서 십년감수했다.
서울이 가까워지면 언제나 늘 변함없이 차가 막힌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그럴 때면 막힘없이 달려 다니는 소도시가 좋다는 생각도 어김없이 든다.
2시간 반쯤 걸려 엄마네 집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갑자기 화가 났다.
세상에! 백신 접종 후에는 휴식을 취해야 하거늘 엄마가 김칫거리를 산처럼 쌓아 놓고 다듬고 계시지 않는가.
더군다나 어지럽다고 해서 병원 진찰 결과 이석증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다른 때에도 손 많이 가서 힘든 김치는 담그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또 김치를 담그다니, 그것도 내 기준에서 보면 엄청 많은 양의 김치를 말이다.
혹시 나 온다고 해서 나 줄려고 담그는 것이냐고 뻔한 질문을 했더니
엄마가 햇김치만 당겨서 엄마 드시려고 담근다는 뻔한 대답을 하셨다.
한바탕 화를 내고 난 후 함께 달려들어 김치를 담갔다.
친정에서 묵는 3박 4일 동안 동생들이 하루씩 번갈아가며 차례차례 다녀갔는데
두 여동생에게는 비밀로 하고 나와 남동생에게만 김치를 싸줬다.
둘째는 짠맛을 좋아하므로 따로 입맛에 맞춰 조만간 다시 담가준다고 하고,
셋째만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제외다(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하시지 말라고 해도 그게 삶의 재미라고 하시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다행히도 엄마의 상태가 괜찮으신 것 같아 나흘째 되는 날 일산 집으로 왔다.
금요일, 그날 오후엔 남편이 아산에서 일산으로 올라왔고, 토요일엔 작은아들이 다니러 왔다.
이번엔 내가 아들을 위해서 지지고 볶고 조리느라 주방에서 분주했다.
일요일 저녁 식사 후,
내가 친정에서 올 때 바리바리 싸왔던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아들이 갈 때도 이것저것 챙긴 짐의 부피가 제법 묵직했다.
먼 나라 벨기에에서 메리는 자국인이라 먼저 맞았고,
5년짜리 영주권이 나온 스물아홉 살 큰아들은 지난 금요일 화이자로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다시 아산.
아산에 도착해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신정호에 갔다.
햇살은 눈부시고 빛나는 햇살 아래 호수는 반짝였다.
많은 일을 치르고 난 사람처럼 힘이 빠져 나는 조금 나른한 기분으로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한 바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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