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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둘만의 데이트

by 눈부신햇살* 2011. 9. 19.

 

 

 

 

 

모처럼 다른해 가을처럼 기온이 내려간 날,

호수공원에 갔다.

 

이번엔 맛있는 거 사준다며 꼬드기지도 않았는데

순순히 따라 나섰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고

푸른 하늘도 맘껏 바라보고 싶고

무엇보다도 걷기 운동을 산책으로 때울 수 있겠다 싶어서.

 

집을 나서며 말했다.

"안 싸우고 올게~"

큰아들 대답했다.

"제발~"

 

둘이 다정하게 집 나섰다가 종종 별거 아닌 거로 토닥토닥 싸우다

얼굴 굳히고 들어서는 일이 있었다.

녀석, 그게 다 저의 장래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인 줄도 모르고.

 

아들의 길을 인정하고나니 싸울 일이 없어졌나?

요즘은 다정하게 집을 나서서 그 얼굴 그대로 집으로 들어서는 일이 많아졌다.

 

토요일엔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뒷산에 올랐다.

그날은 아직 늦더위가 있던 날이라 목에 두르고 간

등산용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쳐야 했다.

 

꼭대기 넓은 터에서 땀을 식히고 내려오던 길,

몸이 으슬으슬해진다 싶더니 감기가 왔다.

오전에 걷기 운동한 데다 또 산에 올라가서 무리였는지,

더위가 있다고는 하나 바람은 제법 찬기운이 있어서였는지,

목이 따끔거리고 콧물은 정신 못 차리게끔 볼썽사납게 줄줄 흘러내리고

재채기는 시도때도 없이 터져 나왔다.

 

장이 잘 탈나고, 이따금 빈혈기도 있어서 철분제도 한번씩 먹어줘야 되는데,

희한하게도 감기는 잘 걸리지 않는지라,

모처럼 감기란 손님이 찾아와 미열이 살짝 도니

오히려 마음이 착 가라앉는 게 그리 나쁘지 않다.

 

가을이 너무 좋아 이다음에 결혼하면 아이 이름은

아들딸을 가리지 않고 <가을>이라 이름 짓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던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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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녀석이 기타 치며 가끔 부르는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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