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이 있는 달이라 작은녀석이 야자를 하지 않아 집에 일찍 돌아온다.
큰녀석은 고3이긴해도 예체능계 쪽이라 더 일찍 돌아오지만
집에 조금 있다 기타학원으로 가기 때문에 저녁은 늘 작은녀석과 같이 먹는다.
그러고보니 작은녀석은 나의 밥친구다. 아침도 같이 먹는다. 둘이서 맨 나중에 먹기 때문에.
남편은 술친구, 산친구. 작은녀석은 밥친구. 큰녀석은? 글쎄......
굳이 갖다 붙이자면 나의 음악선생쯤?
아무튼 둘이서 저녁을 먹고 시계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7시 45분이면 어김없이 텔레비전 앞에 나란히 앉는다.
그제인가는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데 <한국인의 밥상>이란 프로에서
내 어릴 적 살던(암것도 모르는 나이 3년, 뭘 알 만한 나이 3년, 합해 고작 6년> 고향 마을 갯벌이
아주 상세하게 나와서 엄머, 엄머, 연신 감탄하며 혹시라도 누구 아는 얼굴은 나오지 않을까(절대 그런 일 없겠지만...)
텔레비전을 뚫을 기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니 7시 45분.
안돼.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봐야 돼.
채널 돌리고, 남편은 컴퓨터 앞으로 가고, 작은녀석은 제 방에서 나왔다.
우리는 아주 작은 사소한 것에라도 맘껏 웃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청을 시작했다.
<무한도전>을 시청할 때도 같은 자세다.
지난 겨울 큰녀석이 한동안 카메라 갖고 놀더니 찍어 놓은 야경이다.
저 사진의 오른쪽으로 호수공원이 있고,
그 뒤로 인천의 계양산이 자리한다.
날씨가 쾌청한가 아닌가는 그 계양산이 보이는가, 안 보이는가로 가늠한다.
계양산이 보이는 날은 온 세상이 다 깨끗해 보이고,
하늘은 더욱더 푸르고 드높다.
얼마 전, 하이킥 끝나고 무심히 앉아 있는데
호수공원쪽 밤하늘로 불꽃이 올라왔다.
세상에나! 고양시 축제기간이었는데, 그럼에도 아무 생각없이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는데,
가만히 내 집 소파에 앉아서 한 20여 분을 황홀경에 빠져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니.
우리집 전망을 가로막는 건물이 없어서 다행이고,
호수공원을 향해 들어앉은 아파트의 위치가 기가 막히구나!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서
하이킥 끝났다고 냉큼 제 방으로 들어간 작은녀석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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