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배추속이 실하게 꽉 차서 130포기만 절였다고 한다.
목요일에 둘째형님이 퇴근길에 시골집에 들러 배추를 따놓았는데 금요일에 토요일로 착각한 어머니가
미리 절여서 원래는 일요일에 버무리던 것을 토요일 오후에 버무리게 되었다.
늘 그렇듯이 먼곳에서 출발해서 가다보니 더군다나 어찌된 영문인지 다른 해보다 붐비는 도로사정으로 인해
9시에 집을 나섰음에도 시골집에는 2시30분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망향휴게소에 들러 우동 한그릇씩 먹고 작은녀석은 통감자, 남편과 나는 쥐포를 한마리 뜯었다.
논산에 도착해 시내의 홈플러스에 들러 수육용 돼지고기를 여섯 근 사고, 귤 한 상자와 호빵 두 봉지를 샀다.
귤은 친환경 재배라고 시장 것보다 만 원이나 더 비쌌다.
그날로 한 상자가 바닥이 났다. 수육용 고기도 좀더 샀어야 했나보다.
저녁 늦게 시동생이 도착했는데 그때도 차가 막힌다 했다.
요즘은 도로 사정이 명절과 거의 엇비슷하게 늘 붐빈다. 주 5일제 근무를 하고서부터 그러는 것 같다.
4시쯤부터 김치를 버무리기 시작해서 옆집 아주머니가 품앗이로 도와주셔서
어머니, 둘째형님, 나, 옆집아주머니, 넷이서 버무렸는데도 9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허리가 꼬부랑 할머니처럼 구부러져서 펴지지가 않았다. 동서가 몇 번 두들겨줬다.
우리집 김치냉장고 용량이 제일 큰 데 김치통 여덟개를 꽉 채우니 마음이 든든해지고 큰 일을 치루고 나니 훌가분했다.
알타리는 비닐봉투에 넣어와서 다른 김치통에 옮겨 담았다.
이담에 어머니 안 계실 적을 대비해서 내가 집에서 우리 식구 먹을 김장을 하려면 몇 포기나
담가야 되느냐고 물으니 내 예상과 다르게 적어도 40포기는 담가야 하고, 넉넉히 먹으려면 50포기는 해야 될 거라고
둘째형님이 말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가 그렇게나 김치를 많이 먹나?
다음날 점심은 시동생이 한턱 내서 대가족이 몰려가 원래는 칼국수를 먹으려던 것을 문이 닫혀있는 탓으로
옆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 짐을 푸니 검정콩, 들기름, 고춧가루(올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거의 수확을 하지 못했음에도 나눠주시고, 저번엔
친정엄마가 경동시장에서 사다가 말린 진짜배기 고운 빛깔의 태양초 고춧가루를 줘서 냉장고가 고춧가루로 꽉 찼다),
참깨, 딸기쨈(이제 연로하셔서 올해부터 딸기농사를 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을냉이 한 봉지, 시금치 한 봉지,
대봉 10개 등등......내가 어머니께 드린 돈의 액수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리바리 싸주셨다.
아, 든든하고 흐뭇한 마음.
시골 다녀오면 늘 그렇듯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저녁은 외식을 했다. 작은녀석이 친구들과 가끔 간다는
<뿅의 전설>이라는 독특하고 희한한 이름의 중국집에 가서 큰녀석은 순한짬뽕, 작은녀석은 짜장면,
남편과 나는 그냥 안주로 깐풍기와 탕수육에 이과주를 나눠 마셨는데 소주를 맨처음 배울 때처럼
오만상이 다 찌푸려지고 목이 화끈화끈했다.
돌아오는 길엔 알딸딸해져서 겨울날씨 같지 않은 포근한 밤길을 걸어왔다.
남편과 나는 팔짱 끼고 앞서 걷고, 두 녀석은 뒤에서 수다를 떨며......
겨울옷으론 이제 청바지는 추워서 죽어도 못 입겠길래 추가로 기모바지 한 개와 코듀로이바지 한 개를 샀고,
지난 겨울이 끝날 무렵 세일기간에 사 둔 빨간색 오리털 파카까지 점퍼 세 개가 있고(코트보다 오리털점퍼가 더 따뜻하다.
그리고 나이 드니 자꾸 편한 옷만 찾게 된다. 코트들은 죄다 옷장에서 잠을 잔다),
어그부츠 한 개, 앵글부츠 한 개, 편안한 운동화 형식의 구두 한 개, 천과 가죽으로 된 웨지힐 한 개.
이러면 충분한 월동준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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