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에게 소심하다고 콕 집어 말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농담이라 할지라도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소심>하니까.
오전에 외출 준비를 서두르던 큰녀석이 무슨 말끝엔가
"엄마도 야쿠르트 장사 해보실래요?"
하고 말했다. 여기서 물었다고 적지 않고 말했다고 적는 것은 뉘앙스가 정말 할 거냐고, 설마 엄마는 못하지,라는 게
다분히 담겨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쿠르트는 배달하는 것이지 파는 것인가? 헷갈리며 어느 것이 맞지? 하며 머릿속이
두서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한마디 더 거든다.
"엄마는 못 하실 거예요. 소심하잖아요."
하고 딱 결론을 내린다.
"아니, 이 놈이......칫!"
그 말에 발끈 기분 나빠하자 하하 웃고서
"저도 소심해서 자신 없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권하는 것도 어렵고......"
뜬금없이 왜 야쿠르트 장사 얘기가 나왔는고 하면 어제 큰녀석이 킨텍스에서 열리는 어떤 행사에
일일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 행사는 다름 아닌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행사였는데
거기서 25년간 일했다는 어떤 아주머니가 상을 받고 부상으로 아반떼를 받았다고 한다.
"25년씩이나 일했으면 받을만 하네. 대단하다!"
정말 어떻게 25년씩이나 그 고된 일을 하셨을까. 그 근면함, 성실함, 인내력이 놀랍다.
<소심>이라는 단어에 좀 서운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떤 극한 상황에 이르러 큰 맘 먹지 않는한 덤벼들어 하기는 좀 아니 많이 힘든 직업이지 않을까, 싶다.
울아들이 25년씩이나 일한 그 아주머니에게 감탄하고 존경심을 갖듯이 나 역시 존경심을 갖는다.
대단하십니다!
어제 행사에는 이문세 씨와 박상철 씨가 흥을 돋구고 황현희 씨가 사회를 봤다고 한다.
박상철 씨의 트로트가 장내에 흐르자 그 많은 아주머니들이 일제히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저 역시 덩실덩실 춤을 흉내내면서 얘기해줘서 한참 같이 웃었다.
아주머니들이 어찌나 많이 모였는지, 수도권만 모인 것 같은데도 그리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인원이 많은 행사는 서울의 코엑스와 이곳 일산의 킨텍스에서만 수용할 수 있다고
하루 아르바이트하고 온 녀석에게 들었다. 몰랐던 사실이다.
또 하나 새로 알게 된 것은
실용음악과는 1 : 1로 개인레슨을 받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며
실용음악과 내에서 기타를 배우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서 시간이 널널한 큰녀석이 입시용으로 만들었던 MR(15만 원 들여서 만들었다)을 틀어놓고
거기에 맞춰 기타를 치는데 놀랐다. 너무 듣기 좋아서......하하.
그동안 아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나보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순간 아들을 과대평가하나보다.
뭐, 아무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