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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엄마는 소심하잖아요

by 눈부신햇살* 2012. 3. 9.

 

 

소심한 사람에게 소심하다고 콕 집어 말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농담이라 할지라도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소심>하니까.

 

오전에 외출 준비를 서두르던 큰녀석이 무슨 말끝엔가

"엄마도 야쿠르트 장사 해보실래요?"

하고 말했다. 여기서 물었다고 적지 않고 말했다고 적는 것은 뉘앙스가 정말 할 거냐고, 설마 엄마는 못하지,라는 게

다분히 담겨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쿠르트는 배달하는 것이지 파는 것인가? 헷갈리며 어느 것이 맞지? 하며 머릿속이

두서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한마디 더 거든다.

"엄마는 못 하실 거예요. 소심하잖아요."

하고 딱 결론을 내린다.

"아니, 이 놈이......칫!"

그 말에 발끈 기분 나빠하자 하하 웃고서

"저도 소심해서 자신 없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권하는 것도 어렵고......"

 

뜬금없이 왜 야쿠르트 장사 얘기가 나왔는고 하면 어제 큰녀석이 킨텍스에서 열리는 어떤 행사에

일일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 행사는 다름 아닌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행사였는데

거기서 25년간 일했다는 어떤 아주머니가 상을 받고 부상으로 아반떼를 받았다고 한다.

"25년씩이나 일했으면 받을만 하네. 대단하다!"

정말 어떻게 25년씩이나 그 고된 일을 하셨을까. 그 근면함, 성실함, 인내력이 놀랍다.

 

<소심>이라는 단어에 좀 서운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떤 극한 상황에 이르러 큰 맘 먹지 않는한 덤벼들어 하기는 좀 아니 많이 힘든 직업이지 않을까, 싶다.

울아들이 25년씩이나 일한 그 아주머니에게 감탄하고 존경심을 갖듯이 나 역시 존경심을 갖는다.

대단하십니다!

 

어제 행사에는 이문세 씨와 박상철 씨가 흥을 돋구고 황현희 씨가 사회를 봤다고 한다.

박상철 씨의 트로트가 장내에 흐르자 그 많은 아주머니들이 일제히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저 역시 덩실덩실 춤을 흉내내면서 얘기해줘서 한참 같이 웃었다.

 

아주머니들이 어찌나 많이 모였는지, 수도권만 모인 것 같은데도 그리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인원이 많은 행사는 서울의 코엑스와 이곳 일산의 킨텍스에서만 수용할 수 있다고

하루 아르바이트하고 온 녀석에게 들었다. 몰랐던 사실이다.

 

 

 

 

또 하나 새로 알게 된 것은

실용음악과는 1 : 1로 개인레슨을 받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며

실용음악과 내에서 기타를 배우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서 시간이 널널한 큰녀석이 입시용으로 만들었던 MR(15만 원 들여서 만들었다)을 틀어놓고

거기에 맞춰 기타를 치는데 놀랐다. 너무 듣기 좋아서......하하.

그동안 아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나보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순간 아들을 과대평가하나보다.

뭐,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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