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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두 번째 사고

by 눈부신햇살* 2010. 10. 1.

 


 

그그젯밤 꿈자리가 사나웠다. 꿈자리가 사나우면 꼭 몸에도 이상이 있는지라 잠이 깨기 마련이다.

몸이 저려서 잠에서 깨어 옆자리의 남편에게 팔을 두르며 

"꿈이 너무 무서워......"

잠결에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남편과 손을 꼭 맞잡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제 저녁 퇴근길 동대병원 사거리에서 좌회전 차량이 밀려 서서히 앞차를 따라 좌회전하는데

갑자기 노란불로 바뀌었다. 남들은 노란불이어도 곧잘 달리던데 나는 노란불이면 꼭 멈춘다.

급정거를 해서라도. 그것이 문제였다.

살짝 차가 밀렸다. 뒤차가 받은 것이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살짝인데, 흔들린 정도가 약한데 내려? 말아?

내가 운전하면서 받혀본 것은 처음이지만, 뒤에서 받혀본 경험은 이번까지 통틀어 세 번째다. 

오래전 가족끼리 강화도에 놀러 갔다 신호대기 중에 한번 받히고,

이곳 일산에 이사 올 아파트 보러 왔다가 돌아가는 중에 4중 추돌로 심하게 받혀 한 달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데 횡단보도에 서 있던 학생의 얼굴이 놀란 표정이어서 갑자기 궁금증이 확 일었다.

내 생각보다 많이 받혔나? 안전벨트를 풀고 내렸다. 그제야 뒤차에서도 내려 내 차 쪽으로 왔다.

둘이서 만나 막 대화를 나누려는 순간, 내 차가 서서히 미끄러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모르며 

"어머, 어머, 어떡해. 어머, 어머, 어떡해......"

란 말만 연신 내뱉었다. 역시나 당황한 아저씨가 차를 붙잡으며 앞쪽으로 뛰어갔다.

"내가 잡을 테니까 얼른얼른하세요."

그때까지 당황만 하고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던 나는 급하고 당황한 마음에

브레이크 밟고 있던 발만 떼고 핸드 브레이크도 올리지 않고

파킹에다 바를 옮기지도 않고 그냥 내렸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런 낭패가! 얼굴은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마음은 다급하고...... 어찌어찌 급하게 문 열고 바를 파킹에다 놓고 핸드 브레이크도 올렸다.

 

그새 차는 미끄러져서 횡단보도를 지나 사거리 쪽으로 많이도 나아갔다. 하긴 사거리 중앙까지 나아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지. 어찌 보면 가해자인 아저씨가 순식간에 고마운 은인으로 탈바꿈한 순간이다.

아저씨와 뒷 범퍼를 봤다.

나, 계면쩍게 웃는 얼굴로

" 괜찮은 거예요?"

물으면서도 괜찮은 것 같다고 머릿속으로 판단했다.

아저씨,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띤 채로

"괜찮아요. 갑자기 멈춰서 그만...... 살짝 닿았어요."

나, 많이 부끄러워하며

"아, 제가 초보라서...... 예, 감사합니다."

정말 얼토당토않은 인사말에 고개까지 꾸벅하고 서로 뒤돌아섰다.

 

사정없이 벌렁벌렁 두 근 두 근대는 가슴으로 운전석에 앉고 보니 오른쪽에서 좌회전 신호 받아서 오는 차량들이

사거리에 너무 많이 튀어나와 정차하고 있는 나를 보며 한 마디씩 할 것 같아 살짝 후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미러를 들여다보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차가 별 미동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앉아 있자......

 

다시 좌회전 신호를 받아 좌회전해서 집까지 오는 15분여 동안 엔진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차가 잘 나가지 않는다.

핸드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았나 봤더니 분명 내려져 있다. 이상하다, 생각보다 많이 받혔나?

아파트에 도착해 주차장에서도 너무 차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혹시 하는 마음에 핸드 브레이크를 다시 내려봤다.

세상에나, 반만 내리고 왔나 보다.

아휴, 내가 못 살아!!!!!!!!!!!!!!!!!!!!!!!!!!!!!!

 

집에 올라오니 먼저 퇴근한 남편이 소파에 떡하니 앉아 있다. 얼굴 보자마자 우는 소리로 자초지종을 얘기한다.

남편 듣는 내내 어처구니없어한다.

"아주 생쇼를 했구먼!"

그러더니 마구 웃는다.

남편은 남편대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우울하고, 나는 나대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고,

하여 우리는 술을 마시러 가기로 했다.

 

시험 날짜가 코앞이라고 따라가지 않겠다는 작은 녀석 밥을 차려주고, 큰 녀석이야 만날 음악활동으로 바빠서

11시쯤에나 돌아올 테니 둘이서 한들한들 집 근처 낙지집으로 갔다.

낙지전골 2인분에다 공깃밥 하나 시켜서 소주 두 병을 마시니 마음이 흐물흐물해졌다.

그래도 그 순간만 떠올리면 바보 같은 나에 대해 바보처럼 웃음이 나오고, 같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던 

앞으로 달려가 온몸으로 차를 막아주던 아저씨 얼굴이 생각났다.

 

 

 

아, 또, 기억나는 사고 하나.

저녁 퇴근길에 며칠간 전조등, 미등은 물론 상향 등까지 켜고 다녔다는 걸 남편의 지적으로 뒤늦게 알았다.

그동안 제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많은 운전자분들(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1차로로 오기 때문에 반대쪽 1차로를 달려오던 분들께)

 며칠 동안 눈부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그런 실수는 안 할 겁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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