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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심드렁해지는 나이

by 눈부신햇살* 2010. 8. 25.

 

 

볼리비아에 있는 소금으로 된 우유니사막이란다.

큰녀석이 다운 받아서 인쇄까지 해 제 방에 붙여놓은 사진이다. 

나는 처음에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사진인줄로만 알았다.

 

녀석은 서서히 한걸음 한걸음 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번 락콘서트에서는 장려상을 받아서 상금 20만 원을 받았고,

이번 월미도에서 치뤄진 스쿨뮤직에서 주최하는 락콘서트에서는 3등을 해서

300만 원 상당의 악기를 받게 됐다. 다만 밴드 인원이 다섯 명이니까 나눠가지게 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큰녀석이 그렇게 꿈을 이뤄간다면

작은녀석은 방학동안 하루 200쪽씩 책을 읽었다.

공부도 반에서 계속 1등을 하고 있다. 다만 이곳 일산의 공부 실력이 서울의 대학교로 가기엔 벅차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 몸가꾸기에도 열심이어서 일주일에 사나흘은 한 시간씩 제방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운동을 한다.

무엇이든 열심히, 꾸준히 하는 녀석들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남편은 남편대로 회사에서 인정 받으며 열심히 살고 있다.

동창회도 열심히 나가고, 회사 산악회에 가입해서 등산도 매달 한번씩 가고,

대학 친구들과 태국 다녀오더니 이번엔 중국을 간다고 한다.

정말 내 푸념처럼 한집에 살아도 팔자가 다르다.

 

나는 매사에 시큰둥하고 심드렁하며 열의가 없다.

친구 모임도 그다지 흥미 없어서 이번주에 모임하자는 것도 한 친구가 시어머니 간호 때문에 빠진다고 하자

옳다구나, 그럼 모임을 다음에 하자며 미뤄 버렸다. 피곤해, 하면서.

그래도 그날 오후에 고봉산엔 올랐다. 어찌보면 일요일 오전에 소파에서 뒹굴며 낮잠자기와 오후에 뒷산에 오르는 것이

유일한 낙인 것 같다.

 

함께 일하는 이들이 회식을 하자고해도 시큰둥하고,

친구들이 동창 모임을 한다고 해도 선뜻 갈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거니와

무리해서 간다고 해도 새벽 한두 시에나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 같아 썩 내키지가 않는다.

그 다음 남편의 계속 되는 질투와 잔소리도 듣기 싫다. 내년이면 오십인데 아직도 남편은 질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일 년 동창모임에 빠지고 나니 이젠 모임에 나가 친구들 얼굴 보면 어색할 것 같아 그도 싫은 점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은 운전의 부담이 내 어깨를 짓누르고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지난 일요일엔 후진해서 주차할 때 각도를 잘 못 맞추자 발전이 없고 생각이 없다며 어찌나 소리소리 지르던지

갑자기 눈물이 확 쏟아졌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꺽꺽대며 울고 났더니 후련하기도 했다.

그날은 오기가 발동해서 운전을 잘 했다.

 

비 오는 월요일 덜덜 떨며 차를 끌고 가 안전하게 전진해서 주차 시키고

한달치 주차권 끊고서는 어제는 비 온다고 내 차는 놔두고 마중 온 남편 차 타고 오고

화요일인 오늘은 남편이 출장 가서 혼자 끌고 오기 무섭다고 차 놔두고 버스 타고 왔다.

 

차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서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내게 가게 단골손님이기도 한 주차장 지키는 이가

퇴근하는 것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무서워서 그냥 차 놔두고 간다고 했더니 자꾸 해야 늘어요, 하고 소리쳤다.

그냥 웃으며 목례를 보내고 돌아서 와서 그러는 내가 우습고도 한심했다.

언제나 이 부담감에서 벗어나 맘껏 도로를 누벼보나.

언제나 내가 원하는 곳으로 자신있게 달려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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