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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15

김치 어제, 금요일에 있을 우리 집 차례의 가정예배드리고 난 후의 식사대접 때문에 김치를 담그려고 김칫거리를 다듬고 있는데,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게끔 어제 따라 유난히 전화가 많이 왔다. 남편이 무슨 서류가 없다고 서너 번 전화하고, 친구가 모임 언제하면 좋겠냐고 묻는 전화가 서너 번 오고, 다른 친구가 그 모임의 시간을 좀 당겼으면 하는데 괜찮으냐는 전화가 다시 오고, 영어학원에서 지난번에 실수로 시험을 치루지 못한 특강비를 환불해 주는데 아이 편에 보내도 되겠느냐고 묻는 전화가 오고, 그밖에 쓸데없는 통신사들의 전화가 몇 통 왔다. 매번 모임을 주선하는 친구와 몇 번의 통화가 끝난 후라 모임 시간을 당기자고 전화한 친구에게 대뜸 내용을 말하기도 전에 전화통화에 너무 시간을 뺏겼다고 생각한 나, "어, 나.. 2006. 8. 24.
여름날의 추억 그리운 내 님 꿈에서나 뵈올 뿐 님 찾아 나설 때 님도 나서면 어쩌나 다른 밤 꿈에 님 찾아 나설 때는 같은 시간 같은 길에서 만났으면 - 꿈길 -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더냐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난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 베혀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시는 날 밤에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 하면 명월이, 명월이, 하면 황진이가 떠오를 것이다. 외모로 보나, 풍류의 멋으로 보나 황진이의 발끝도 건드릴 수 없는 나이지만 내게도 '명월아!'하고 부르던 분이 계셨다. 그래서 그 부름이 황송스러웠냐 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아 달라고 누누이 정정해서 부를 것을 말씀드렸.. 2006. 7. 22.
종로에서 3 또다시 오랜만에 종로에 나갔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내가 종로에 나갔다는 것은 모임을 한다는 말이다. 역시 언젠가 또 말했듯이 종로는 우리의 아지트이고, 아지트라고 하면서 몇 년을 들락날락거렸지만 여전히 거기가 거긴 것 같은 길치인 나는 앞장서는 친구들 뒤만 강아지처럼(아니 늙은 어미 개인가...) 졸졸 따라다닌다. 당연히 친구가 길을 잘못 들어서면 무조건 나도 잘못 들어서는 것이다. 그뿐인가, 길 따위엔 관심도 없어서 뒤에서 다른 친구들과 수다 떨기 바쁘다. 그 수다라는 것이 전형적인 아줌마의 범위를 못 벗어나서 어머, 얘, 너 지난번보다 피부가 훨씬 좋아졌어. 이뻐졌다. 옷 어디서 샀어? 화장하는 법을 바꿨구나? 살찐 것.. 2006. 7. 8.
종로에서 2 어찌어찌하다 보니 10개월 만에 모임을 했다. 10개월 만에 모임을 했다는 말은 10개월 만에 종로에 나갔다는 말과 같다. 종로는 우리들의 아지트다. 막상 말은 이렇게 하지만 길눈이 어두운 나는 그 골목이 그 골목 같고, 거기가 거기 같아서 언제나 생각 없이 친구들 뒤만 쫄쫄 따라다닌다. 수다만 떨면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심 속의 한적한 곳, 종묘 안으로 들어갈려고 했더니 쉬는 날이다. 다른 고궁이라도 거닐자고 해서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114에 전화해서 번호를 안 다음 경복궁 관리사무소로 전화했더니 역시나 휴무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우리는 전생에 무수리였거나 상궁이었는지, 아님 조금 더 출세해서 임금님 눈에 띄어 권력의 꼬투리라도 잡게 된 후궁이었는지 고궁을 내 놀던 옛 동산이나 내 거닐던 옛.. 2005. 10. 26.
친구 [ 그림 - 서정 육심원 ] 몇 살적부터 친구라는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받아 들였을까? 초등학교 시절에 삼총사를 본떠서 이름 붙인 '사총사'라는 친구들이 있었다. J, N, M, 그리고 나. 졸업 사진 찍을 때, 넷이서 사총사 기념으로 찍은 사진도 오래토록 지니고 있다가 엄마와 동생들 의 "너무 못 생겼어! 그때는 왜 그렇게 이상하게 생겼었어? 크느라고 그랬나? 시골 바닷바람에 망 가졌나?......" 하는 놀림에, 그 놀림의 거슬림이 최고조로 달하는 날 그냥 북북 찢어 버렸다. 이제사 아쉬움이 크다. 초등학교 졸업 후 이십대 때에 잠깐 얼굴 보고, 그후로 십오여년만에 다시 얼굴을 보게 된 우리. J는 그때나 지금이나 명랑하고, 인정 많고, 마음씨 좋은 넉넉한 전형적인 아줌마 타입이다. 살림 도 잘할 .. 2005. 5. 29.
종로에서 1 어제는 오랜만에 다시 종로로 나갔습니다. 외출 준비하면서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가늠해보니 공기는 찬 듯해도 햇살이 눈부셔서 감히 도톰한 옷은 못 걸치겠더라구요. `그래도 봄인데......' 하는 생각에 와인색 가죽재킷으로 결정을 보고 역시 봄이니까, 하는 맘으로 분홍색 니트를 받쳐 입고 라라~~ 집을 나섰습니다.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함께 가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전철역에서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찬 지 나중엔 몸이 달달 떨려오더라고요. 20여분이나 기다린 끝에 친구들을 만나 전철에 오르니 그제야 조금 살 것 같더라고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초등 5년 교과서에 일부분이 오르게 된 걸 알았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책인데, 신기하고 놀랍고 "어머.. 200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