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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8

봄날의 외암리 2 빈집인 듯한 두 이(二) 자 집 마당은 여름에 왔을 땐 개망초 천지였다. 마당의 저 어린 새싹들이 모두 개망초일지도 모른다. 옆으로 돌아가면서 까치발을 하며 담 너머로 들여다보니 ▢ 자 한옥 구조다. 꽃잎 안쪽까지 연한 자주색이니 이 나무의 이름은 `자목련', 꽃잎 안쪽이 흰색이고 바깥쪽은 자주색이면 `자주목련'. 오랜만에 보는 풍성한 옥매를 찰칵거리다가 뒤늦게 풀 뽑는 아저씨를 발견했네.ㅎㅎ 지금은 꽃잔디도 한창이네. 할미꽃은 벌써 폈다가 지며 백발이 성성하고, 스완 씨네 정원의 하얀 울타리를 따라 난 길을 지나 마을 밖으로 나갔다. 스완 씨네 정원에 이르기도 전에 우리는 낯선 손님들을 맞이하러 나온 라일락 향기와 만났다. 라일락 꽃은 작고 푸른 하트 모양의 싱싱한 잎 사이에서, 그 연보랏빛과 하얀 봉.. 2023. 4. 14.
봄날의 외암리 1 명자나무의 붉은 꽃은 돌담과 잘 어우러졌다. 복주머니 조르륵 달고 피어난 금낭화. 지금은 한창 박태기나무 꽃의 계절인가 보다. 여기저기 피어 있는 진분홍색 꽃. 연일 자욱한 미세먼지로 대기가 뿌옇다. 저 멀리 보이는 평촌리의 폐교 서남대학교. 얼마나 예쁘던지 계속 예쁘다, 하 예쁘다 감탄했던 꽃사과나무의 꽃. 저 멀리 광덕산이 보이고, 미세 먼지만 아니었으면 훨씬 예쁘게 보였을 연둣빛 산들. 화사함이 눈길과 마음을 잡아끌던 서부해당화. 2023. 4. 13.
신정호 벚꽃 아산 신정호 남산터널 벚꽃길 작년에는 신정호 남산터널 쪽으로는 잘 다니지 않아서 그만 그쪽의 벚꽃 개화기를 놓치고 말았다. 올해는 벼르다가 이때쯤이면 만개했으리라 찾아가 보았다. 신정호 잔디공원 주차장에다 주차 chowol65.tistory.com 작년에는 저렇게 우거지던 벚나무 가지들을 어찌나 인정사정없이 쳐냈는지 올해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올여름에 새 가지들이 자라나 무성해지면 내년엔 작년보다 더 멋진 벚꽃터널을 이룰 수 있으려나...... 한숨을 폭 내쉬며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신정호로 달려갔다. 아기주먹만 한 꽃송이로 주변을 환히 밝히던 탐스럽던 목련은 그새 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호수 건너편에서 남산터널 쪽을 바라보니 연분홍색 도.. 2023. 4. 5.
서남대학교(폐교) 벚꽃 시골집에 가며 오며 보니 서남대학교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화수목 비 온다는 예보에 월요일 부랴부랴 만사를 제쳐 놓고 가보았다. 이태 전 어느 봄날, 먼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왔을 때는 분명 한산했었다. 너무 한산한 데다 폐교라는 것까지 더해 까닭 모를 두려움까지 느껴 입구에서 돌아가고 말았는데 올해는 나 혼자 어슬렁거리며 벚꽃을 구경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그새 소문난 벚꽃 장소가 되었는지, 사람들이 붐빌만한 때와 시간을 잘 맞춘 것인지 제법 북적였다. 차로 한 바퀴 휘휘 돌다 가는 사람, 벚꽃 그늘 아래 테이블 놓고 꽃멍 때리는 사람들, 아예 철퍼덕 앉아 꽃 보고 있는 사람, 여친 사진 열심히 찍어주는 커플, 사부작사부작 느긋하게 걸으며 다정하게 꽃감상하는 노부부까지 벚꽃을 즐기는 모습은 각양각색이.. 2023. 4. 4.
밤새 내린 눈 어제 충주 쪽으로 출장 갔던 남편이 오후 들어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고 전화했을 때만 해도 이곳 아산은 비가 오락가락하였다. 그 비 속에 마트에 다녀오면서 말끔히 세차한 차 더러워지겠네 신경 쓰였다. 저녁 무렵 눈으로 바뀌더니 세찬 바람과 천둥까지 몰고 와서 소나기 퍼붓는 여름날을 떠올리게끔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중부지방과 충남권 일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밤, 밤이 제법 깊었을 때에도 눈 치우는 송풍기 소리가 요란하였다. 아산은 이번 눈이 첫눈은 아니다. 첫눈 오는 날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며 아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서인지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자 그 이유가 뭐냐며, 원래 바다가 있으면 눈이 많이 오느냐고 물었다. 서해안에 눈이 많은 이유를 남편이 뭐시라 뭐시라 설명해줬지만 퍼뜩 떠오.. 2022. 12. 14.
지난해 곡교천 은행나무길 올해는 은행나무길의 단풍이 한창이라는 전화를 받고도 가지 않았다. 이태 연속 가봤으니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조금 후회가 된다. 뒤늦은 후회를 지난해 은행나무 단풍 사진으로 달래 본다. 작년 11월 10일, 날이 흐렸던 게 조금 아쉽다. 햇살 아래 찬란히 빛나는 단풍을 보았어야 했는데...... 출발할 때는 맑더니 도착하자 흐려지며 이내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던 날. 2022. 11. 18.
뒤늦게 본 드라마 <서른, 아홉> `마흔을 코 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라고 TV검색에서 소개하고 있는 12부작 드라마 을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나보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라고 더가까이 님께서 소개하신 글을 보고 찾아보게 된 것이다. 보기 전부터 나는 이 드라마를 보다가 울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예상은 적중해서 한 번씩 훌쩍거리게 되었고, 남편은 건수 잡았다는 듯이 놀렸다. 남편 인생의 낙 중 7할은 아내 놀리기인 듯......ㅋㅋ 놀리면 반응을 하지 말아야 하거늘 번번이 발끈해 약올라하며 놀리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도 또 주거니 받거니 투닥투닥하는 재미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거니......하고 여긴다. 고등학생 때.. 2022. 11. 16.
살구꽃이 피었다 살구꽃이 필 때면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되는 시. 그 여자네 집 김 용 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빡깜빡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 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 2021.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