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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오늘 걸린 음악들에 대한 단상

by 눈부신햇살* 2006. 2. 8.

 

(요즘 쪼까 건망증이 심해져서 이 그림 어디서 돔바왔는지 기억 안남다.)

 

 

 

 

공연히 마음이 깊은 우물 속 같다.

그 깊은 우물에다 대고 아~~~~ 하고 소리 질러볼까.

그럼 아~~~~ 하고 대답할려나.

남의 말만 따라서 흉내낼 수 있는 저주를 받아서  남의 말만 따라서 했던 '에코'처럼.

 

고한우가 부르는 '네가 보고파지면'은 지난해 이 노래를 처음으로 알게 되고

푸르던 스무살 무렵에 정호승 시인의 '새벽 편지'라는 시집을 내게 줬던 이에게

그 시집에서 '너에게'란 시를 발췌해서 이 노래와 함께 메일로 보냈던 노래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을 때만 아, 이것은 누가 내게 선물해준 건데,하고 떠올릴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의 느낌도 드는 것이란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아, 이 노래는 내가 누구에게 보냈던 건데.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온다.

받은 이는 받았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을 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쿨이 부르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언어로 '사랑해'라는 뜻이라는 '아로하'를 들으면 어느 해 겨울 가족들과 아산의 스파비스,라는 온천에 가서 노천탕에 몸 담그고 놀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때 이 노래가 막 나왔던 때이고 노래가 경쾌해서 그런 곳(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기분을 띄워줘야 하는 곳. 이를테면 마트나 수영장 그런 곳들...)에서는 애용(?)하는 노래라 테잎을 걸어 놓았는지 몇번이고 반복해서 나왔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행복했던가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늘 '행복'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날 눈발도 날렸었는데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노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웨스트라이프의 'My love'를 들으면 지난해에 플래닛을 하면서 누구랑 한참 깨를 볶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플래닛 아이템샾에서 이 노래를 사다 걸어놓고 허구한 날 귀가 닳도록 들었다.

방명록에 글을 주거니 받거니 남기면서도 들었다. 그때는 서로 맘 내키면 방명록을 한번에 대여섯개도 너끈히 남겼었는데, 지금은 그 분이 힘들고 괴로운 시기를 거치느라고 이따금씩 서로 나 아직도 살아있노라, 안부만 전한다. 그래도 늘 반갑고 기쁜 사람이다.

서로 책 선물을 주고 받아서 전해 받은 책을 볼 때도 떠오르는 사람이다. 누군지 그 분은 읽으면 잘 아시겠지요. 벌교가 고향이라는 처자님...^^*

 

피노키오가 부르는 '사랑과 우정 사이'는 노랫말이 참 기막히다.

사랑과 우정 사이라니,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고...... 사랑이라 하기엔 가볍고, 우정이라 하기엔 무거운......듣고 보면 슬픈 노래.

울 작은 시누이의 십팔번지이기도 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땐 쪼매 이뻐보이기도 한 여자다. 차가워 보이는 이면에 귀여운 면을 살짝 감추고 있는데, 본인은 그것을 알려나. 고모부가 그것을 알려나. 아마도 고모부가 더 잘 알 것 같다.

 

김종국이 터보 시절에 불렀던 '어느 째즈바'.

'회상'이란 노래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김종국의 노래들이다. 오락 프로그램 같은 데에서 누누히 얘기하듯이 근육맨의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가느다란 고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눈이 작아서 어느 땐 울 작은녀석의 미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성장하면 저런 얼굴 모습의 청년이 될려나,하고.

 

중간은 건너 뛰고 마지막의 김광석이 부르는 '거리에서'.

얼마전에 설경구라는 배우가 '윤도현의 러브레터'란 프로에 나와서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 솜씨에 깜짝 놀랐다. 재주도 많으시지. 그가 말했다. "나는 김광석이 참 좋아요.". 저두요.

저도 김광석이 좋아요. 마음을 울리잖아요.

언젠가 어느 곳에서도 말했는데, 생일선물로 이 시디 받아들고와서 '거리에서'란 노래를 들으며 한시간 가량을 펑펑 운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꼭 떠오른다.

 

지금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을 듣고 있다.

음, 살랑거리기 좋은 음악.

좋은 이와 와인 한잔 마시고 손 붙들고 살랑살랑 리듬에 몸을 맡기고 노래에 마음을 맡기고 춤추고 싶다. 그런데 오늘은 밖에서 저녁 먹고 온단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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