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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개와 늑대의 시간

by 눈부신햇살* 2006. 1. 12.

프랑스 사람들이 일컫는 시간 중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르는 순간은

오후 늦게 해가 지고 어둠이 점점 드리워져 가고 있을 때

멀리서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데서 유래 되었는데

낮도 아니고 그렇다고 밤도 아닌 미묘한 시간을 말합니다.

낮이라고 하기엔 밝음의 강도는 약하고 밤이라 하기엔 뚜렷하지는 않지만 보일것은 다 보이는 ...... 그런 의미에서 밝음에서 어둠으로 가는 불분명한 시간 이라고도 이야기 하죠.

 

개와 늑대의 시간을 검색했더니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이 뜨길래 복사해왔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박완서 씨의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기억이 가물가물,,,맞나?)에서이다. '아주 오래된 농담'은 불륜을 다룬 소설이다.

그 소설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개와 늑대의 시간'과 불륜에도 권태기가 있다는 거였다. 방송에서 누누히 얘기하는 것이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서 1년6개월인가가 지나면 눈에 씌인 콩깎지가 벗겨진다는데, 불륜은 남모르게 하는 거여서 마냥 짜릿할 줄 알았던 이 사람은 그 사실이 무척 흥미롭고 새로왔다. 그렇구나, 모든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구나.

그렇다면 영화 '중경삼림'에서 나오는 명대사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는 말은 참 절절하고 애틋한 말이구나, 싶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생각할 때 흔히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천년이고 만년이고 사랑만 할 것 같지 않은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어서 늘 그렇게 애틋한 마음이 앞서는걸까.

그 사랑이 결실을 맺어서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를 뿡뿡 뀌어대고, 입가에 고춧가루 범벅을 하면서 밥을 먹고, 야한 얘기를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밥 먹듯이 해대면 신비로움과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져서 손을 잡아도 네 손인지 내 손인지 분간가지 않게 그렇게 될려나.

처음에는 질투를 하면 아, 나를 그렇게나 사랑하는구나,하고 받아들이던 것을 아이고, 저 좀생이, 그렇게쯤 여겨질려나. 구속이 기쁘던 시절을 지나 짜증나는 시절이 도래하려나.

누군가가 그랬다. 평생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면 아마도 머잖아 심장병이 걸려서 수명이 단축될 거라고. 편안한 것이 얼마나 좋냐고.

그러나 편안함이 지나치면 때로는 가슴도 설레어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려나.

위대한 작가 이상이 말했다.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할 뿐만 아니라

더 불쌍하다.

주머니에 푼전이 없을 망정

나는 천하를 놀려먹을 수 있는

실력은 가진 부자일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가슴 속에 분홍빛 사연 하나 간직하고 산다면 부자일려나, 그쯤 되면 막가자는 일일려나.

밤하늘에 눈썹 같이 가는 초승달이 떠도 아무 감흥이 없는 것 보다는

가슴 속에 애틋한 사연 하나 떠올린다면 더 살만한 일 아닐까.

이런 감정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야말로 불분명한 '개와 늑대의 마음'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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