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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얼굴

by 눈부신햇살* 2006. 2. 2.

한국인의 미소는
모나리자와 가장 닮은 미소라고 한다.
수줍음이 많은 민족성이라는 말인가 했더니
얼굴 근육 구조상 웃으면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서 자연스레
모나리자의 미소가 된다고 한다.
그에 비해 서양인들이 웃으면 치아가 다 드러나게
환히 웃는 미소가 된다.
상대적으로 더 밝게 웃는 얼굴로 보인다.
우리보다 더 개방적이고 활달한 민족성 때문인가 했더니
역시나 같은 얘기의 반복인데
얼굴 근육 자체가 살짝만 웃어도 치아가 다 드러나게끔 생겼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서구적으로 생긴걸까.
서양에서는 입이 큰 것을 미인으로 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도록 입이 작은 것을 미인으로 쳐서
입이 큰 나 같은 사람은 웃을 때마다 입을 손으로 가려야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우리나라도 점점
입 큰 것을 흉으로 보지 않게 돼서
요즘은 손으로 가리지 않고 한껏 입을 벌리고 웃게 됐다.
거울을 보고 웃어보니 치아가 한 열 개쯤은 보이는 것 같다.

 

지난해 봄에 끄적거렸던 글이다.

입이 크다고 했는데, 이목구비가 다 크다. 그뿐인가, 얼굴도 크고, 머리도 크다.

작은 것은 키이니 부조화도 이런 부조화가 없다.

이목구비가 크니 키도 덩달아 커서 늘씬하고 훤칠하면 한눈에 시원스런 미인으로 비췰텐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세월이 흘러서 외모에 연연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으니

이쯤되면 가는 세월을 붙잡고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설에 시골집에 가면서 친정에 전화했더니 엄마는 씻는 중이라며 조카녀석이 전화를 받았다.

"설 쇠고 다음날 들른다고 말씀드려라."

했건만 뭘 듣고 옮겼는지

"설에는 못 오고 다음에 들르신데요."

하고 말씀 드렸단다. 명절 당일이 아니고 다음날이어서인지 쭉쭉 잘 빠지는 차를 타고 눈이 화등잔만해지게 놀라며 다른 때에는 열시간 걸리던 길을 네시간 걸려서  친정에 갔더니 다른 동생들이 나 오지 않는다고 일찌감치 다들 본인들의 집으로 가버렸다.

행여 내 불똥이 자신의 자식에게로 튈까봐

"언니가 다시 엄마에게 전화 드렸어야지."

란 말로 내 입을 막는다.

 

아쉬운대로 엄마랑 동생이랑 노닥노닥 놀고 있으려니 남편과 제부는 각자 방 한개씩 차지하고 늘어지게 낮잠을 즐긴다.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동생이 하는 말,

"언니, 둘째언니 문신 했더라."

"어디를?"

"눈썹이랑, 속눈썹이랑, 입술 라인. 지난번에 봤을 때도 한 거라는데, 언니는 알았어?"

"아니, 난 몰랐는데. 이뻐?"

"이쁘더라. 나도 하고 싶어."

나는 별로 내키지 않는 부분인데, 동생들은 그쪽에 관심이 많다.

하긴 성장기 때부터 내 관심사와 동생들의 관심사가 달라서 물에 기름 돌듯이 나만 따로 놀았다.

요즘 말로 자매간의 왕따 비슷했다. 지금도 동생은 나보고는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 등이 예쁘다는 말을 한번 하면 바로 밑의 동생에게는 열번쯤은 하는 편이다. 서로의 취향이 달라서일게다.

성장기 때의 자매들은 서로의 옷을 바꿔가며 입기도 하는데, 그때의 나는 너무 말라서 체격의 차이도 있었지만 옷 입는 취향이 달라서 나혼자서만 홀가분하게 입고 다녔다.

이를 테면 나는 돈을 좀 주고도 좋은 것을 사서 오래 들고, 입고 하는 것을 즐기는 반면,

동생들은 삼빡하게 한번 입고 말 옷들을 고르는 취향이다. 디자인도 되도록이면 심플한 것을 고르는 나에 비해 좀 꾸몄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 옷을 고른다.

 

화장도 10분이면 끝나는 나와 다르게 동생들은 30분은 족히 거울 앞에 앉아 있다.

마스카라를 바르고, 눈썹을 면도기로 깨끗이 밀어 버리고 그 위에다 눈썹연필로 다시 그려 넣는다. 나는 원래가 짙은 눈썹이니 미장원에 머리하러 가서 미용사가 다듬어 주면 주는 대로 말면 마는 대로 대충 그리고 다닌다. 메니큐어는 거의 바르지 않는다. 동생은 손톱을 길게 길러서 맵시 있게 모양을 내서 예쁜 색으로 칠하고 다닌다. 누가 봐도 이쁘고 고와 보이는 손이다.

맛사지나 팩도 맘 내키면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한번씩 하는데, 그게 또 그럴라치면 남편이 옆에서 나도, 나도 하고 얼굴을 들이대는 바람에 배로 귀찮아진다.

 

그 동생이 눈썹을 그리는 것이 귀찮았던지, 딴에 공들이는 시간이 아까웠던지 문신을 했다한다.

자연스럽고 예쁘다고 하는데, 나는 문신을 한다고 하면 나중에 파파 할머니 되어서 어쩌려고 하는 걱정부터 든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눈썹만 칠흑 같고, 입술만 앵두 같이 빠알가면 이상한 정도가 지나서 때로는 섬뜩함 마저 들 것 같다. 좀더 발전하고 과장해서 이승과 하직했는데도 아직도 그런 진한 검은 눈썹, 빨간 입술이라면...... 아, 싫다.

 

얼굴 중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웃는 모습이다.

웃을 때 꽃 같이 화안히 피어나는 얼굴이 제일 좋다.

노래 가사에도 있지 않은가.

'왜 그런지 나도 몰라. 웃는 여잔 다 이뻐~~~'
아마도 나 같은 성격의 소유자인가 보다. 노랫말을 만든 사람은.

다만 덧붙이자면 웃는 남자도 다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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