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 눈 속의 아르장뛰유>
이따금씩 마음이 황량한 사막이 되어버리곤 한다.
속수무책이다.
그런 때면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갖은 힘을 다 짜내어도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리곤 한다.
그런 기분이 찾아올 즈음이면 그 예감조차도 무섭다.
그제 저녁인가, 감정이 극도로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버겁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감싸고 돌았다.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에게 말했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나 너무 힘들어..."
그 말을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 나. 생글거리면서 말하니 당연히 하나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남편.
"원래 사는 것은 다 힘든거야. 매일 매일이 전쟁터다. 밟으려 하고 밟히려 하지 않고......
세상에 태어난 자체가 고난이고 죄다. 눈 감는 그 날이 제일 편할 것 같아......"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내 눈물샘을 자극했고 그 별거 아닌 일에 울 꼬투리를 발견한 것 마냥,
마치 부모에게 어린양을 부리는 너댓살의 꼬마 계집애처럼 울어버린다.
그러다 작은 농담에 또 금방 웃는다. 아이들이 신기해서 들여다 본다.
울다가 웃다가 하고 있으니.
어렵고 힘들다고 뒤로 물러서면 절대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텐데, 조금만 힘에 겨우면 이렇게 덜 성숙한 어린아이마냥 투정이나 부리고 어린양이나 하고 어쩔 줄 몰라한다.
어린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장애물 앞에서의 마음 다스리기인 것 같다.
피하고 싶고, 돌아서 가고 싶고, 핑계 대고 싶어지는 일들.
그것을 극복하면 좀더 발전이 있는 줄 뻔히 아는 데도
그 순간이 힘들고 버거워서 피하고 싶고, 편안하고 싶어서 회피하려 든다.
그러다 그것도 못 견뎌내는 스스로가 참 한심스럽고 미련해 보이고 무력해 보여서 또 속상하다.
마음이 고단하니 몸도 고단하다.
신경성 체질인 나는 며칠새에 볼 살이 쭈욱 빠지고 눈이 쑤욱 들어갔다.
덕분에 날씬해지고 좋잖아,하며 위안을 삼다가도 그런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대범하지 못하고 안달복달하는 나 스스로가 참 작아보인다.
내가 겨우 요모양 요꼴, 요만큼의 그릇 밖에 아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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