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세상을 잘 못 살고 있나,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어제 같은 경우인데, 다른 병실의 환자 둘이서 심심한데 고스톱이나 치자고 왔다.
낭계동(?)에서 3년 망운서국민학교 다니면서 긴긴 겨울방학이면
나도 화투를 쳤다. '도둑놈잡기'나 '민화투'를 쳤다.
손목 맞기 내기로. 행자언니인가, 송자언니인가네 집에 다니러 온 친척 머스마까지도
끼여서 치던 겨울도 있었다. 꽤 귀엽게 생겼던 머슴아여서 그 겨울에는
"너는 누가 제일 좋아? 우리끼리만 알께..."
하는 놀이를 할 때 한동안은 그 머스마를 꺼냈던 적도 있었다. 우습다......
얘기가 삼천포로 샜는데, 결론은 안쳤다. 나하고, 어떤 다른 범띠 아주머니가 싫어하셔서......
나는 겨우 그림이나 맞추는 수준이므로 민폐 끼치게 되는 것은 뻔할 테니까.
사실 고스톱은 신혼초에 남편에게 배웠다. 쪼끔 야하게 치기도 한 적도 있었다.
어느 신문에 연재 되는 소설 속에서 읽었던 것처럼. 그런데 그 얘기를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군.쩝!!!
치노라면 아직 그림 맞추기에 바쁘고, 점수 계산하기에 바쁜 나를 슬쩍슬쩍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 안친다고 했다. 억울해서.
그래서 결국 가만히 앉아서 수다를 떨게 된 그 방의 환자들.
얘기가 춤으로 옮아갔다. 결혼 전 늦게까지 직장생활을 했지만 그래서 회식자리도 많았건만
나이트,라는 곳은 세 번쯤 갔던가. 몸치여서 흥미도 없었고, 그때는 또 엄마가 호랑이처럼 무섭고
단속도 심해서 요령껏 빠져나오곤 했다.
이 아주머니들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콜라텍'이니 '육박자'라느니 '사박자'가 더 쉽다느니,
춤도 운동신경이 발달하면 더 잘 춘다느니 내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만 늘어 놓고 있다.
나는 뭐하고 살았던가? 젊었을 때나 젊음이 나를 비껴가고 있는 지금이나......
아, 그러나 체질적으로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래의 남자들도 멋있다는 느낌보다는 징그럽다는 느낌이 강할 때가 훨씬 많으므로.
요며칠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것이 끝나고 조금 있으면 OCN에서 '위기의 주부들'이란 드라마인지 영화인지를 한다. 은근한 재미가 있어서 그 시간을 기다렸다가 꼭 보게 됐다.
마침 마음이 살짝 맞는 아주머니도 생겨서 같이 나란히 앉아서 공감해가며 본다.
사람 사는 것은 어디라도 비슷한 모양과 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너무 점잖고 도덕적이기만 하면 남편이 밖으로 눈을 돌리고,
남편 몰래 슬쩍슬쩍 즐기는 여인도 있고,
아이들 양육 문제로 겪게 되는 자잘한 기쁨과 때로의 어처구니 없음들,
딱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행복들을 돈보다나 명예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살인범으로 몰리고 있는 남자를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는 맘대로 조종안되는 감정들......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
감히 누가 누구의 인생을 자신의 잣대로 저울질 할 수 있을까,하는
개똥철학 같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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