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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꽃들이 좋아~

by 눈부신햇살* 2005. 5. 6.


 

 

 

 

 

 

 

 

 

 

 

 

 

 

 

 

 

내 마음이 우울할 때, 무료할 때, 아무렇지도 않을 때

아무때나 찾아가게 되는 성당의 앞뜰에 이 나무가 두 그루 있다.

지난 해에도 그 전 해에도 무심히 지나쳤던 이 나무에

올해 문득 작은 꽃들이 쪼로록 매달려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 꽃이 피었네! 꽃나무였던가?'

아직 봄인데도 벌써 가을의 단풍 든 잎새처럼 붉은 잎사귀들 사이사이로

삐죽히 고개 내밀고 있는 자잘한 연분홍의 꽃들.올망졸망 귀엽게도 피었다.

무심히 지나쳤으면 꽃이 피었는지도 몰랐을 뻔하게 꽃색깔과 나뭇잎 색깔이 두드러지지 않게그렇게 피었다.

 

나무 이름이 꼭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풀꽃 카페의 '무엇인가요' 게시판에 올려서

문의한 결과, '자엽자두나무'라고 한다. 장미과의 낙엽교목이다.

벌써 단풍 든 색인데 여기서 또 더 단풍이 든단 말인가.지난해에도 보았을 텐데,

지난 가을에 어떤 색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모든 장미과의 식물이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듯이 이 나무 역시 관상 가치가 있어서

과실수와 경관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 성당 뜰에는 이렇게 화사한 색의 영산홍도 무리지어 피어 있다.

영산홍의 특징은 시든 꽃잎을 한장 한장 떨구지 않고 앙증스런 깔때기 모양의 꽃을 한 번에 떨어뜨린다고 한다.

아직 싱싱한 꽃인 채로 송이째 떨어지는 동백꽃과 낙화 방법이 비슷한가 보다.

가지 끝에 아직 싱싱한 암술을 그대로 남기고 수술을 매단 채 꽃잎이 빠져 버린다고 하니

꽃이 지는 모습도 한번쯤 눈여겨 볼 성 싶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어요.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봄은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집집마다 담장 너머로 이꽃 저꽃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다.

이 꽃송이가 내 얼굴만한 모란꽃은 어느 집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주빛의 꽃잎 안에 황금빛의 노란 수술이 왕관처럼도 느껴진다.

이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리는 날 봄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가버리려나......

 

 

 

 


 

 

 

 

 

 

 

 

 

 

 

 

 

 

 

 

 

보랏빛의 종들을 건드리면 뎅그렁 소리가 날 법도 한 오동나무 꽃.

커다란 나무에 수백 개의 종을 달고 있으니

바람이 살랑거려 건드리기라도 할라치면 종들의 합주곡이 될려나......

 

 

 

 


 

 

 

 

 

 

 

 

 

 

 

 

 

 

 

 

 

 

귀 기울여 들어보아요.들리지 않으세요. 연보랏빛 종들의 합창이......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꾸었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찾아온 나무 밑, 나무 밑~~'

 

 

 

 


 

 

 

 

 

 

 

 

 

 

 

 

 

 

 

 

 

 

유채꽃과 놀고 있는 벌 한 마리.

벌도 꽃을 찾아 어우러지는 이 화사한 봄날에

무료하게 그것이나 찍고 있는 가련한 이 내 신세. 꽃과 벌이 부럽다...^^

 

 

 

 


 

 

 

 

 

 

 

 

 

 

 

 

 

 

 

 

 

 

커다란 연두빛 싱그런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는 우리 큰녀석.

무얼 들여다 보고 있을까?무슨 생각 중일까? 무념? 무상?

느티나무는 겨울에 잎새를 다 떨군 가지 위에 눈 쌓인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혹자는 말하는데,

내 보기엔 새봄의 싱그런 모습도그 못지 않게 아름다워서 보노라면 마음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다. 싱그러움으로.

 

가는 봄이 아쉽다. 한없이.짧기만한 봄.맘껏 누려보지도 못했는데,

날씨는 어느덧 한여름 더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봄아, 봄아, 서서히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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