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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by 눈부신햇살* 2025. 1. 2.

토요일엔 둘이서 집 근처 평택항으로 바람 쐬러 나왔다가 길을 잃어 아산까지 오게 되었다는
동서내외가 다녀가고 일요일엔 우리 부부가 바람을 쐬러 길을 나섰다.
동서네처럼 우리도 딱히 마땅히 갈 만한 곳이 떠오르진 않았다.
충청도 쪽엔 이미 볼 만한 곳은 다 보았다는 느낌이어서.
아마도 "거, 뭐 볼 거 있다고?"를 노상 외쳐대는 남편에게 세뇌당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남당을 지나 겨울엔 굴이 제철이라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는 천북 굴단지를 지나간다.
크리스마스에 당번이 되어 시골에서 어머니 보살펴 드리며 석굴찜을 해 먹었기에 굴이 그다지 당기지 않는다.
 
어느 모퉁이를 돌아서니 어느 해 한여름 땀 뻘뻘 나던 무더위 속에 다녀갔던 충청수영성이 저 멀리 보였다.
계절이 다르므로 다른 풍경이 펼쳐질 테니 다시 한번 올라보기로 하였다.
 

 

 

한 번 걸어보고 싶다. 잘 걸을 자신감도 넘친다.
이렇게 마음먹고 있으니 언젠가 한 번 걸을 날도 있으려나?
 

작은 면소재지가 주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에 왠지 끌리곤 한다.
 

 

 

오천항

 

 

 

 

 

 

 

 

 

보령 충청수영성

보령 충청수영성

올해 여름휴가는 멀리 가지 않고 근처 충청도의 몇 군데만 훑어보기로 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곳이 갈매못 성지였다. 가는 도중에 출장 다니며 지나쳐 가기만 했지 한 번도 올라

chowol65.tistory.com

 

 

 

 

 

 

 

 

 

 

 

죽도

상화원이 있다는 죽도에 왔더니 상화원은 12월부터 3월까지는 휴무란다.
이 계절엔 그닥 볼 것이 없나 보다.
죽도항 너머 멀리 억새로 유명하다는 제법 높은 790m여서 남편이 절대로 오르고 싶지 않다는 오서산이 보인다.
그래서 생각만 했던가. 말도 덧붙였던가. 나는 잘 오를 수 있는데...... ㅎㅎ
하긴 남편뿐만 아니라 나보다 세 살 많은 남편 나이쯤 되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몸을 사리게 되고 무릎이나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더라.
 

광어회에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나와 햇빛이 찬란하게 부서지고 있는 먼바다를 바라본다.
 

상화원

옆으로는 궁금해했던 상화원이 살짝 보이고,
 

대천해수욕장

 
여름날 피서로 어린아이들 데리고 몇 번 왔었고, 몇 해 전 남편과 단둘이서 바다 보러 왔었던 대천바다에 왔다.
당신과 내가 젊은 부부였던 그때,
아이들 데리고 대천으로 피서 왔을 때 당신은 한창 운동을 열심히 하던 때라 완전 몸짱이었고,
아이들은 그런 아빠에게 감탄하며 자랑스러워했었지.
아, 지금은 가버린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가 생각보다 엄청 컸다.
 

갈매기들을 볼 때마다 제법 큰 몸집이라며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매번 놀라고.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은 불량식품 내지는 비만의 원인 아닐까?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해변가를 거닌다.
 

단란한 가족이구만!

 

 

보령 해저터널을 지나, 원산도를 지나 태안 안면도로 넘어왔다.

 

꽃지해수욕장

 
추억이 방울방울 묻어 있는 꽃지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마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젊은 날에 좋아했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남편은 푸른하늘의 겨울 바다로 가자던 노래가 떠오른다네.
 
 
 

겨울 바다
 
                      김 남 조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은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한 불 물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러한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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