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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

계절이 지나갈 때

by 눈부신햇살* 2024. 9. 30.

혹시나 하고 얇은 점퍼를 걸치고 호수에 걸으러 갔다가

가는 중에 이미 벌써 더워서 점퍼는 벗어 차에 두고 내렸다.

 

이따금 찬바람이 한 번씩 불어오긴 하지만

아직도 햇살은 많이 따가워 여름이라 하기도 가을이라 하기도 애매한 계절이다.

 

호수엔 올해의 유난한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조금 선선해졌다고

더러 긴소매 옷을 입고 바람 쐬러 나와 호수를 돌고 있는 사람들로 붐벼

요리조리 사람을 피해 걸어야 했다.

 

하지만 호수 반대쪽은 비교적 늘 덜 붐비는 터라

그쪽으로 가면 조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곤 한다.

 

우리 부부는 희한한 습성이 있는데 차만 타면,

또는 호수에 걸으러만 오면 미래 우리의 노년에 대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이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짚자면 나는 호수 풍경 구경하느라 별 생각이 없고

남편이 차곡차곡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마치 사업 구상을 브리핑하는 사람처럼 얘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아마도 남편이 너무나 잘 계획하고 실천하므로 

나는 따라만 가면 되니 더 별 생각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호수를 돌며 건강도 다지고 생각도 다지는 우리의 계절은

가을일까, 가을과 겨울 사이쯤일까?

 

 

 

 

토레니아

 

 

 

 

 

금강아지풀

 

 

나는 아무래도 이다음에 백발의 할머니가 될 것인가 보다.

하나둘 흰머리가 늘더니 칠흑 같이 까맣던 머리카락 색이

어느 날부터인가 점점 엷어져 마치 염색한 것처럼 갈색이 되어 가고 있다.

친정엄마는 여전히 까만 머리인데 나는 새하얀 백발이셨던 할아버지를 닮았나.

 

나이 들어 까만 머리보다 하얀 머리가 더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더니

옛다! 하얀 머리! 하고 선물을 주시는 것 같은데

막상 받고 보니 정말로 내가 하얀 머리를 좋아하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무언가......

아무튼 머리숱만은 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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