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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옥수수 수염이 나는 달

by 눈부신햇살* 2024. 6. 17.

 

 

북미 원주민의 달력에서 위네바고족은 6월을 일컬어 `옥수수 수염이 나는 달'이라 한단다.

올해 시골 시댁 텃밭엔 옥수수를 무려 200개나 심었다.

원래도 옥수수 좋아하는지라 이제나 저제나 옥수수 익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신정호 주변도 옥수수 밭이 많아 직접 농사 지어 수확하여 쪄서 파는데

오며 가며 한 봉지씩 사다 먹곤 하는데 아직은 팔지 않고 있다.

아무튼 6월은 저절로 옥수수 생각이 나는 달.

 

그리고 딱총나무 열매 붉게 매달려 시선을 잡아 끌고, 

산수국이 피어나고, 새털 같은 자귀나무 꽃이 피어나는 달.

 

`속털개밀'일까?

 

호수 건너편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공원을 넓히면서 잔디 언덕이 생겨나고 있다.

 

 

 

 

 

 

 

 

 

6월의 살구나무

                                          김 현 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겠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겠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밤 

 

 

 

아침에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을 듣는데 이 시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시여서 반갑게 듣는데 옛생각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경의선 철길 옆 길고 긴 산책로의 살구가 노랗게 익어갈 무렵이면

오전 걷기 운동 중에 떨어진 살구 몇 알을 주워다가 먹어보기도 하였던 추억.

나중엔 무르익어 바닥으로 마구 떨어지면 사람들 발에 짓이겨지던 살구들......

아, 그곳의 살구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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