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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서천 - 송림산림욕장

by 눈부신햇살* 2024. 8. 2.

남편의 일주일간의 여름휴가 중 첫날은 대청호에 다녀오고,
이틀째는 집에서 쉬고 사흘째 되는 날 다시 길을 나섰다.
예전처럼 어디 먼 곳에 가서 며칠 묵으며 쏟아지는 땡볕 아래 여행하는 것보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편안하게 쉬자고,
그것도 매일 하지 말고 하루는 쉬고 그다음 날은 떠나는 식으로 징검다리처럼 여행하자고 마음을 맞췄다.
이제 혹서와 맞짱 뜰 수 있을 만큼 우리가 젊은 나이도 아니라며.
 
사실 나야 매일 여행하는 것도 괜찮지만 열심히 일하다 휴식을 취하게 되는
남편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존중해 주기로 했다.
열심히 일한 자 휴식을 누려라!
 
하지만 남편은 또 모처럼의 긴 휴일에 마냥 집에만 있으면 어쩐지 마누라에게 미안해지는 터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어디 가고 싶은 곳을 뽑아보라 하길래 대청호 명상정원과
진안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골랐고, 이곳 송림산림욕장은 남편이 출장길에 우연히 보았던
해안가 방풍림 소나무숲이 인상적이었다고 가보자고 했다.
 
 

청양에 가면 이 청양고추 조형물 때문에 아무 생각 없다가도
이내 이곳이 청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추 꼭지 있는 데쯤 자잘하게 구기자 열매도 달려 있다.

청양은 구기자로도 유명한 곳이라 한다.

 

아산에서 서천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 서천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즈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배를 채우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시장기를 잘 못 참는 나를 배려한 것일 수도 있다.
 
맛집을 검색해 서천 읍내에서 초계막국수와 물냉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면사랑이 지극하신 남편과 다니다 보면 밥보다는 면으로 점심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게 또 맵고 짜고 뜨거운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내 식성에 잘 들어맞는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디 가서 파스타와 생선초밥이나 돈가스를 먹는 경우도 자주 있다.
 
시골 읍내에 있는 식당이라 한가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번호표 받아 대기했다가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우리는 농담으로 오늘 서천 읍내 장날이냐고 물었을 정도로 제법 큰 식당 안이 만석이었다.
 
물냉면과 숯불향고기가 세트인데 고기를 추가로 시킬 수도 있었다.
냉면에 싸 먹는 고기 맛도 좋았고 육수맛도 익히 내가 기대하는 맛 그대로여서  과연 사람들이 몰릴만하구나 생각 들었다.
 
 

서천 1경이 지난번에 다녀온 마량리 동백나무숲이고,
서천 2경은 몇 년 전 초겨울 12월 초에 다녀온 신성리 갈대밭이고,
서천 6경이 우리가 이곳 구경을 끝내고 옮겨갔던 국립생태원이고,
서천 8경이 이곳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스카이워크이다.
 
서천 1경 - 서천 - 마량리 동백나무 숲 (tistory.com)
서천 2경 - 서천 - 신성리 갈대밭 (tistory.com) 
 
 

 

 

저 맥문동 꽃이 일제히 만개해서 보랏빛 물결의 바다를 이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막 피어나고 있어 아쉬움이 그득했다.
하지만 많은 소나무들과 어우러진 초록 맥문동 밭도 초록이 주는 평화로움이 있었으며 그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구불구불 멋들어진 소나무들이 자유롭게 대열을 이루고 있었고
그 사이로 난 조붓한 오솔길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걷자니 마음이 평안으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
 
연일 폭염주의 안전문자가 계속 날아드는 이 무더위에도 바닷가로 꽤 길고 넓게 펼쳐진 방풍림 해송림엔
이따금 바다에서 시원한 해풍이 한 번씩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며 기분 좋은 느낌을 안겨주어
한여름날의 여행지로 손색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연세 드신 분들이 송림산림욕장 곳곳의 의자에 앉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이 넓은 곳의 맥문동들이 모두 활짝 피어난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사진으론 여러 번 보았지만 아직 한 번도 실제로 그런 풍경을 본 적은 없다.
 

너무 아쉬워서 만개했을 때의 모습을 검색해서 한 장 퍼왔다.
8월 중순에서 하순쯤 가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소나무마다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나무주사를 맞았다는 이름표를 하나씩 달고 있어 안타까웠다.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소나무 사이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도 참 좋았다.
 

 

 

우리 이제 스카이워크에 올라가 밑을 한 번 내려다보자며 그쪽으로 향하는 중에 
노모를 업고 스카이워크에 올랐다 내려오는 아들을 보았다.
"대단하시다!"라는 어느 분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막내 시동생만 하늘이 내린 효자인 줄 알았더니 또 있구만."
나의 농담에 남편은 파안대소.
 
1인당 입장료가 2천 원씩인데 서산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주어 나중에 국립생태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맥문동이 한창 피어날 즈음엔 1인당 4천 원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안내 현수막이 보였다.

 

바다로 향해 난 스카이워크에 올랐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예전 같으면 지레 겁먹고 오르지 않겠다고 했겠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것을 극복해보고 싶었다.
 
이 스카이워크 끝까지 갈 때 이런 데크길과 구멍이 숭숭 뚫려 밑이 보이는 철망길이 번갈아 있는 구조였는데
나중엔 거의 철망길이어서 어찌나 오금이 저리던지 절대로 밑을 보지 않고
먼 곳에 시선을 두고 걸어도 난간을 붙잡지 않고는 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참 희한하게도 돌아올 땐 그 겁이 없어져 아무렇지도 않게 그 길을 걸어 나올 수 있다.
그새 이 길이 익숙해졌을까? 그 짧은 시간에 이 길이 생각처럼 위험하지 않다고 뇌리에 인식이 되는 걸까?
 
아무튼 갈 때는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걸어갔는데 올 때는 힘 있게 바닥을 밟으며 씩씩하게 오고 있을 때
초입에서 사색이 되어 오도 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여인을 달래고 있는 커플을 보았다.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신체 구조인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나 무서워서 수평 수직 무시하고 이렇게 밖에 찍을 수 없었노라고......
 

 

 

 

이때는 얼마쯤 공포를 극복해 가는 중이라고......
 

남편이 장항제련소 굴뚝이라 했지만 안내도엔 `전망대'라고 되어 있어 고개를 갸웃갸웃!
어디에 전망대 시설이 있다고?
 

 

높은 기온이 문제이긴 하지만 저렇게 뭉게뭉게 솜이불 같은 흰구름이 둥실둥실 뜬 파란 하늘은
딱 여름이 주는 선물이라 더워도 하늘 한 번 바라보고 나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아, 참 예쁜 하늘! 기분 좋은 하늘!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하늘!
봄철의 불청객인 미세 먼지 없이 바라보는 여름날의 하늘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금수강산'이라는 문구를 저절로 떠올리게 된다고나 할까.
하늘이 예쁘니 보이는 풍경마다 덩달아 다 예뻐 보여서
차로 이동하는 내내 감탄하게 되며 이 더위에도 여행하게 되는 이유임을 깨닫게 된다.
 

 

 

 

 

 

 

이번엔 반대쪽으로 걸어가 보자.
 

저 가족은 이 무덥고 뜨거운 땡볕 아래 갯벌에 꽤 오랫동안 머무네.
 

나무들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자라고 있고,
 

 

 

 

 

아무리 시원한 해풍이 불어와도 더운 여름날 갈증은 일고 시원한 아이스커피는 우리의 구세주 같았다.
 

 

 

 

 

자, 이제 국립생태원으로 가보자.

 
송림산림욕장을 돌다 보니 몇 년 전 늦봄에 가보았던 하동 송림공원 여행의 추억이 모락모락 떠올랐다.
이제는 어디를 가면 어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고,
예전에 가보았던 곳이 연관되어 떠오르곤 한다. 그때는 그랬었지...... 거긴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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