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출발할 때는 오지 않더니 공주를 지나면서 이따금 흩뿌리기 시작하다가
김천휴게소에 들렀다 나올 때쯤엔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이어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앞이 보이지 않게 쏟아지기 시작하여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이 우리에게 한 번씩 길고 높다란 물폭탄을 선사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물폭탄 선물에 흠칫 놀라며 이러다 우리가 보고자 했던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이 먼 곳까지 내려와서 뿌연 안갯속에 묻힌 두루뭉술한 형상과 풍경들이나 보고 가는 것은 아닐는지.
그보다 지금처럼 세차게 장대비라도 쏟아질라치면 돌아다닐 수나 있을는지......
다행히 포항에 도착하자 비가 개이기 시작하였고 저절로 감사의 마음도 솟구쳤다.
그 밤 대게찜을 먹고 나와서 보는 거리에는 또다시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다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내일은 제발 비가 오지 말고 개어라, 저절로 주문을 외우게 되던 밤.
다음날 아침엔 거짓말처럼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져
온통 깨끗하게 보이는 풍경에 기분이 둥둥 부풀어 올랐다.
이 계단 오르기 전 오른쪽엔 `게이샤'(일본인 가옥거리여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라는 이름의 커피숍이 있었고,
반대편 왼쪽 거리를 돌고 오니 화창한 날씨로 인한 뜨거운 햇볕 때문에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고,
그리하여 이곳에서 사 먹게 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5,500원).
산미가 가득하여 처음엔 별로인 듯했으나 산미 끝에 고소함이 느껴져 맛있었다.
< 덧붙임 - 9월 7일>
더가까이 님 덕분에 게이샤 커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클릭해서 가시면 잘 설명되어 있네요.
왜 게이샤 커피가 특별한가? 5가지 이유 - Life's Little Secrets (tistory.com)
입구를 한 번 뒤돌아 보고,
이곳은 `동백꽃 필 무렵'만 찍은 것이 아니라 `여명의 눈동자'도 찍은 곳이라 한다.
저 골목 끝의 건물이 바로 그 장소.
갈색 목조 외벽 건물이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
일본식 건물도 인상적이지만 `여든여덟 밤'이라는 가게 이름도 독특하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네 가게. 반가웠다.
꿋꿋하고 씩씩하던 동백이.
마치 여기가 최종 목표지였던 것처럼 이곳에서 돌아섰다.
이런 풍경을 떠올리며 호미곶에 왔었지.
구룡포공원으로 가는 계단은 상당히 가팔랐다.
저 계단을 세 개쯤 남긴 곳에 나를 세워 놓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단다.
- 하필이면 여기서?
- 풍경이 좋잖아.
- 무서워...... 아찔한데......
그래도 사진에선 마냥 즐거워 보였다.
아홉 마리의 용이 맞나 세어보고...^^
구룡포의 유래와 전설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각 마을을 순시하다가 지금의
구룡포6리(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바다에 큰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거대한 용 열 마리가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는
데 그중 한 마리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치고 바다가 잠잠해졌는데 이후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구룡포라고 전해져 오고 있다고.
또 다른 전설은 용두산 아래 깊은 소(沼)가 있었는데 이 소(沼) 안에
아홉 마리 용이 동해로 승천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용마다 여의주 한 개씩 물고 있다고 감탄한다.
가파른 계단 위 구룡포공원 앞에서 바다를 내려다본다. 조망이 기가 막히다.
구룡포공원은 1900년대에 일본인들이 직접 만든 공원으로 일본 신사가 있었던 곳이라 한다.
이곳에 용왕당, 충혼각과 충혼탑 등 우리의 역사와 일제의 잔재가 곳곳에 공존하고 있다.
파란 하늘이 눈부시고 그 빛을 받은 바다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길을 따라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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