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
문정 김선자
참빗 햇살에 잠시 피었던
미소가
져버린 그 자리에
작은 꿈 하나가
자라기 시작했다
서른에 멈춰버렸던
시간은
초침소리에 귀가 열리고
창백했던 가슴엔
꽃보다 진한 푸른 잎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스스로 가진것을 내놓아야만
진정 슬픔을 견딜 수 있듯이
떨어진 꽃자리엔
눈물 같은 내일이 피고 있다.
벚꽃 진 자리엔 조롱조롱 매달린 버찌들이 알록달록 색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설화산에 오르려고 맘 먹고 있었는데 어림없다는 듯이 사흘 내내 비가 왔다.
야속한 비, 내 마음도 모르고......
연잎에 송알송알 맺힌 물방울들을 보고 나는 또 복효근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네.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복 효 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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