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의 방

영화 <황진이>

by 눈부신햇살* 2023. 2. 20.

송혜교 유지태 주연의 2007년도 작 영화 <황진이>를 보았다.

블친께서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영상미는 뛰어나다고 평했는데,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그 말에 혹해서 보게 되었다.

게다가 금강산도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솔깃했다.

 

송혜교의 미모가 한창일 때 찍은 영화라 영화 속의 송혜교는 예뻤고,

연기는 지금보다 어설픈 구석이 있어 간혹 몰입도가 떨어질 때가 있었다.

그래도 송혜교가 신인여우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상을 꽤 받은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송혜교가 입은 한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의상상도 수상한 작품이다.

 

  •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2006년, 신인여우상(송혜교)]
  • 제27회 청룡영화상[2006년, 조명상(임재영)]
  • 제45회 대종상 영화제[2007, 음악상(원일), 의상상(정구호)]
  • 제14회 춘사대상영화제[2006, 올해의 조명상(임재영), 올해의 기술상(의상, 정구호)]

이 영화를 이틀에 걸쳐 보았다.

몰입도가 뛰어난 영화는 아닌지, 나의 집중력이 형편없는지, 그 둘 다인지, 아무튼.....

러닝타임도 141분이다. 한참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데도 또 한참이 남은 느낌.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본 영화들 다 놔두고 굳이 이 영화 평을 남기는 이유는 무얼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오로지 영상미 때문에?

따뜻한 느낌이 나는 영상이었다.

 

 

 

만개한 꽃 밑에서 치러진 꼬마 황진이와 놈이의 장난스럽지만 나름 진지한 혼례식 장면

 

 

 

 

 

 

 

 

 

오래전에 읽었던 `황진이'를 책꽂이에서 뽑았다.

다시 한번 읽어볼까나.

 

 

은하기슭의 견우 직녀는

해마다 칠석날 그립던 인연 잇는데

이날이 다 가면 또다시 리별이라

슬픔의 눈물 흘려 비소리는 주룩주룩

퇴마루에 앉아 비줄기를 내다보며

내 홀로 산란하여 생각에 잠겼네

 

- 비 내리는 칠석날에 황진이가 읊은 한시

 

 *       *         *        *         *

 

그리워도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소이다

제가 님을 찾아 갈 때

님도 저를 찾으소서

 

밤마다 오고 가는

머나먼 꿈길

한시에 꿈을 꾸어

도중에 만나사이다

 

- 이 시는 내가 무척 좋아했던 시. 이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지만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난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길따라 그 임을 만나러 가니

길 떠났네 그 임은 나를 찾으러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 양이면

같이 떠난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 김소월의 스승인 안서 김억이 이렇게 해석한 시를 더 좋아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혀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에 구비구비 펴리라

 

-와 함께 또는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 는 내가 즐겨 암송하는 시

 

 

  *         *         *          *          *

 

꽃이 진다 하고

새들아 슬어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딧는(심술 부리는) 봄을

새와(시샘해서) 무삼하리오

 

*           *          *           *          *

 

 

지난해 봄날 담장안에서

그대 복사꽃과 아름다움 다투더니

오늘은 어디 갔나 찾을 길 바이 없고

애오라지 복사꽃만 봄바람에 웃고 있네

 

- 고려충신 포은선생의 목사로 있다가 선죽교에서 함께 목숨을 잃은 

김경조라는 분이 그 분의 부인 양씨에게 보낸 연서.

 

책 속의 연시를 읽자니 문득 이런 연시 하나도 떠올랐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거두고 보소서

봄비에 새 닢 곧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 함경도 경성 관기 `홍랑'이 북도평사 `최경창'에게 보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야 잠 못 들어 하노라

( 하얀 배꽃 밝은 달빛 은하수는 한밤인데

  아직 남은 푸른 내 맘 소쩍새가 어찌 알까

  정 많음이 병이라서 잠 못 들고 뒤척이네)

 

 - 이조년(고려 후기의 학자. 문신)

연시 읊다보니 이런저런 시가 생각나네. 배꽃 피면 꼭 떠오르는 시조.

 

 

책을 다시 읽지는 못하고 마음이 끌리는 시만 몇 개 추려보았다.

옛 시조 옮겨 적다보니 암송하는 옛시조들도 덩달아 떠오르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