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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비 갠 여름날

by 눈부신햇살* 2022. 7. 1.

모임의 참석여부를 묻는 전화가 와서 한 1시간가량 통화를 했나 보다.

요즘 한창 캠핑에 빠져 들로 산으로 바다로 열심히 다니는 친구는

나와 다른 한 친구를 위해 얼려 놓은 다슬기도 있다며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내게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모임은 어쩔 수 없이 참석 불가.

 

통화하는 동안 안방으로 작은 방으로 거실로 왔다 갔다 하며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 예뻐서 통화가 끝난 후에 하늘 보러 신정호에 갔다.

 

 

데크길 위에서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더니 젊은 여인 둘이 지나가다가 말을 건넨다.

"하늘이 너무 예쁘죠? 저도 하늘이 예뻐서 여기서 몇 장을 찍었어요."

이런 날엔 누구에게라도 쉽게 말이 건네지나 보다. 생전 처음 보는 여인이 말을 건네 와서 놀랐다.

 

 

 

비 갠 여름 아침

 

                     김 광 섭

 

비가 갠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하늘에 혹해서 냅다 뛰쳐나온 내가 무모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양산도 없고, 손수건도 없고, 바람 한 점 없는 땡볕 아래 십 여 분 걷자니

얼굴에서 분수 솟아오르듯이 땀이 퐁퐁 솟아나기 시작한다.

 

 

새들은 꼭 저렇게 뭉쳐 있더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얼마 전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란 단편 소설집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

`테두리가 선명한 구름'.

책 속의 표현처럼 그렇게 테두리가 선명한 구름이 있나 찾아보고......

 

 

어제 동생 부부가 세미원으로 연꽃구경을 다녀왔는데 만개하지 않아 그럭저럭이었다고 했는데

이곳의 연꽃은 며칠 사이로 제법 볼만하게 피어났다.

 

 

하늘이 어찌나 푸른지 맑고 깨끗한 오묘한 푸른색에 자꾸 빠져드는데

아쉽게도 물색은 비 온 뒤라 흙탕물이다.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다음 주에 또다시 장맛비가 내릴 거라고 하니 

별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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