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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제주 - 용머리해안

by 눈부신햇살* 2022. 6. 11.

2022. 6. 4

 

바람이 엄청 부는 날이었다.

이러다 결코 가볍지 않은 나도 날아갈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고,

머리카락은 그 바람을 맞아 나를 광녀로 만들어 놓았다.

문득, 제주에서 멀쩡한 멋쟁이 모습은 보기 힘든 날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것은 이 정도의 바람이 불면 육지의 나무들은 견디질 못하고

부러진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엄청 떨구어 놓던데 제주의 나무들은 단련이 되어

이깟 바람쯤이야 하는지 나무 밑이 깨끗하고 길에도 뒹구는 낙엽 없이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먼저 가파도에 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려고 운진항에 갔다.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이른 시각부터 주차장이 꽉 차고

더욱이 생각지도 않게 가파도 가는 배표가 매진되었다.

그때 시각이 8시 반쯤이었나. 허탈했다.

 

그나마 마라도 가는 배표는 아직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다음 일정이 헝클어질 것 같아 망설이게 되었다.

이다음에 가파도 갈 일이 있다면 미리 예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수습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보는 제주 동네 풍경.

 

용머리해안으로 가는 길에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산방산을 볼 적마다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홀로 우뚝 솟아 있다지?

 

거기에 얽힌 이런 전설이 있네.

 

이 산에는 옛날 한 포수가 한라산에 사냥을 나갔다가 잘못해서 산신의 궁둥이를 활로 쏘자 산신이 노하여 손에 잡히는 대로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날아와 산방산이 되고 뽑힌 자리가 백록담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여신 산방덕과 고승(高升)이란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이곳의 주관(州官)으로 있던 자가 산방덕의 미모를 탐내어 남편 고승에게 누명을 씌우고 야욕을 채우려 하다가 이를 알아차린 산방덕이 속세에 온 것을 한탄하면서 산방굴로 들어가 바윗돌로 변해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 다음 백과 발췌

 

신기해서 산방산을 보고 또 보고.

 

이중섭 미술관 2층에서 본 산방산 그림.

바이킹에 적혀 있던 인상적인 문구가 그림 속에도 있다.

<외로워요!

  껴안아 주세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고,

 

용머리해안으로 접어들었다.

아뿔싸! 바람이 거세게 불어 위험하므로 입장 불가란다.

아닌 게 아니라 바닷가에 서 있으니 바람이 사정없이 내 뺨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휘저으며

간혹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모를 모래도 와서 나를 때린다. 깜놀!

바람에 날아오는 이슬비 같은 물방울들은 당연지사다.

 

그 바람을 등에 지고 하멜 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람들이 하멜 씨와 친한 척하며 사진 찍을 때 자리 위치상 왼쪽 무릎에 손을 많이 얹었나 보다. 반들거린다.

나도 하멜 씨의 무릎에 손을 얹었던가 돌이켜 본다. 그랬던 것 같다.

확인해 보려고 사진을 찾아보았다. 사진 속의 나는 허리께에 손을 걸치고 친한 척을 하고 있다.

희한한 것은 하멜 씨의 코도 반질거린다. 무엇 때문에?

그리고 큰 사진으로 보면 살짝 미소를 짓고 있다. 육지에 닿아서 안도하고 있는 것일까?

 

어제 운을 다 썼나. 오늘은 어그러지는 일이 많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직원인 하멜 일행 36인이 타고 왔던 상선.

대만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다가 태풍으로 난파되어 제주도에 표류해오게 되었다고 오래전에 배웠었지.

 

용머리해안 쪽으로 입장하면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멜상선을 찍을 수 있나 본데 

날씨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옆모습과 뒷모습, 그리고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허무한 마음을 안고 일단 거센 바람을 피해 전망 좋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면서 내다보는

창밖의 젊은 청춘들과 바다가 참 좋다. 젊은이들은 뭘 해도 다 이쁘고 귀엽다.ㅎㅎ

 

그래서 안 보는 척하면서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본다.

하여 너네가 어떻게 노는지 나는 다 보았다.ㅎㅎ

너희는 작은 일에도 참 즐거워하고 모든 것을 재밌어하더라.

삼각대 세워 놓고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고. 찍은 걸 다시 확인하고.

다시 멋진 포즈를 구령에 맞춰 동시에 취해 보고......

덕분에 보는 나도 즐거웠다.

 

젊은이들이 자리를 뜨고 나자 이번엔 단란한 한 가족이 와서 모델이 되어주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배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좁은 배 안에서 폭풍우와 싸우느라 힘드셨겠네요.

 

 

상선 내부는 3층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와 하멜상선을 보면서 이럴까 저럴까 궁리하다가 이중섭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차속에서 보는 산방산 사찰의 커다란 금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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