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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4월의 끝자락, 모란 예찬

by 눈부신햇살* 2022. 4. 29.

 

모란은 참 향기롭기도 하지.

꽃 옆을 지나가노라면 그윽하고 품위 있는 향기가 나  향기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문전성시를 이룬 모란꽃.

 

춤추는 모란 꽃잎.

 

비 맞아 연둣빛으로 청초하게 보이는 자주광대나물.

햇살 마구 쏟아지면 더 초록으로 보이던데.

 

 

 

 

지금 신정호는 온통 산철쭉과 영산홍으로 울긋불긋 알록달록.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쨍한 색깔에 은근한 맛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꽃.

게다가 어마무시하게 식재되어 있어 이맘때 눈 돌리면 어디라도 산철쭉과 영산홍의 세상인 듯.

개화기도 긴 듯.

 

꽃잎 안쪽에 반점이 있으면 산철쭉이고, 반점이 없으면 영산홍이라고 한다.

고로 내가 찍어온 사진 속의 꽃들은 모조리 영산홍이네.

 

마가목 꽃에도 벌들이......

 

꽃은 배꽃과 닮았고, 열매는 팥과 닮았다는 팥배나무는 

내게는 빗살무늬 잎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수련이 피어나고,

 

 

한 잎의 여자

 

                           오 규 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아주 오래전 이십 대 언저리 때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라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물푸레나무의 모습이 궁금했었다.

시의 느낌상 왠지 물푸레나무가 여리여리하고 작은 줄만 알았다가

실제로 보고 무척 크고 튼튼하여서(?) 놀랐다.

아마도 나는 키 작은 관목을 연상했던가 보다.

물푸레나무는 키가 10m까지 자라는 낙엽교목이었다.

가지가 많이 나오며 이들이 모여 자라기 때문에 관목처럼 보이기도 한단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여자를 

나는 물푸레나무 같은 여자로 잘못 이해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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