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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쿵짝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by 눈부신햇살* 2022. 4. 30.

 

무심히 신정호를 돌다가 어디서 웅성웅성 큰 소리가 들려 무슨 소리인가 궁금증이 일었다.

나중에는 쿵짝쿵짝 음악에 맞춰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이곳 행정복지센터에서 운동할 때 곧잘 들려오는 노래.

 

아이 좋아라 예쁜 내 님아

......     중략.......

이리 봐도 내 사랑 저리 봐도 내 사랑

아이 좋아라 아이 좋아라

당신께 사랑을 받기 위해 이 세상에 내가 왔어요~~~

 

구성지고 흥겨운 노랫가락이, 날이면 날마다 저 박자에 맞춰 러닝머신 위를 걸었던 노래가

저 멀리서 들려와 그리로 가보게 만들었다.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생전 모르던,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던

저 노래를 어느새 가사를 줄줄 외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그 와중에도 단풍나무에 달린 꽃과 열매도 눈에 띄고,

 

하얀 솜이불 같은 백철쭉꽃도 눈에 들어온다.

 

신정호공원 잔디광장 야외음악당에 도착했더니 한창 걸그룹의 노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며칠은 액션 영화를 틀어놓았는지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호수 건너까지 들려왔었다.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로 현충사가 있는 아산에서는

이날을 기념해 굉장히 큰 축제가 열리곤 했다고 한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큰 축제가 열리지 못했고

올해에는 축제 대신 이충무공 탄신 주간으로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린단다.

그중 이곳 신정호 야외음악당에서는 4월 27일 ~ 29일까지

충무공 국제액션영화제가 열렸다고 한다.

3일간의 행사 중 첫날에는 시상식이 열렸고,

우리가 보게 된 29일 마지막 날엔 가수들이 나와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인터걸스라는 그룹이란다. 처음 들어본다.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예쁘다는 생각과 젊음이 참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금 전쟁 중인 나라 우크라이나 출신의 `레오'라는 트로트 가수.

직업 댄서였다는데 그래서인지 춤을 잘 췄다.

우리나라에서 생활한 지 13년 차라 우리말도 아주 잘했다.

 

 

 

가장 인기를 끈 가수는 힙합 가수 `아웃사이더'.

정말 랩이 무지하게 빨라서 역시나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흥만은 확실하게 올라왔다.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무대 솜씨도 일품.

 

 

휴대폰 손전등 켜고 좌로 우로 팔 흔들며 호응해 달라는 주문에 너도 나도 불을 켰다.

대형 화면에 담긴 반짝반짝 빛나는 많은 불빛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멋졌다.

 

 

 

유일하게 앵콜 소리 나오고, 퇴장할 때 총총히 뛰어간 어느 소녀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경기도 양주 출신의 토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트로트 가수 `제임스 킹'.

은근히 춤을 잘 추고, 노래도 잘했다. 노래 잘하니까 가수가 되었겠지만.

오래전 아산에서 10년 정도 살았다고 한다.

 

 

흥 많은 아저씨가 무대에 난입하고, 그런 사람을 대하는 매너도 센스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다짜고짜 어깨동무하고 춤추는 것을 은근슬쩍 무대 밑으로

함께 내려왔다가 혼자서 다시 올라갔다.

그것도 노래할 것 다 하면서. 나는 그 행동에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마지막 주자는 `조성희'라는 가수라고 한다.

 

언젠가는 신정호를 걷다가 우연히 춤 공연을 봤더랬는데

이번에는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그렇잖아도 좋은 신정호가 더 좋아졌다.

어디를 구경하겠다고 작정하고 가서 본 것이 아니라

산책 겸 걷기 운동하다가 우연히 접하는 문화생활에 만족도가 높았다고나 할까.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순신 장군 탄신일을 맞아 우뚝 선 장군 동상이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서 행사를 벌이는 것이

집안에서 부모님 생신 때 잔치상 차려 놓고 그 앞에서 재롱 잔치하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이순신 장군님도 흐뭇하게 바라보셨을 것이라는 데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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