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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행운목 꽃이 피었다

by 눈부신햇살* 2021. 12. 6.

 

2주 만에 일산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디선가 냄새가 훅 끼쳐왔다.

ㅡ 이게 무슨 냄새지?

ㅡ 난의 향기 같은데!

향기의 주인공은 행운목이었다.

 

2주 전 아산으로 내려갈 때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행운목을 보며

우리가 없는 사이에 폈다가 져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 기대를 접었는데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왔을 때에 피어주다니,

그게 또 그렇게 감사하다.

꽃향기가 무지무지하게 진하다.

향수를 진하게 뿌려 놓은 것 같아 연신 코를 벌름벌름했다.

 

근데 야는 야행성인가 부다.

이렇게 밤엔 꽃잎 몇 개를 펼치고 향기를 내뿜더니

 

 

 

 

아침엔 죄다 오므리고 있다.

당연히 향기도 없다.

우리와 함께 생활한 지 29년 된 행운목.

우리 큰아들과 같은 나이 29세.

 

결혼 초, 셋째 동생이 사다준 작은 나무토막의 행운목은 자라고 자라

화분 하나를 넘쳐나 두 개로 갈라 심게 되었다.

다른 화분에 심은 것은 이보다 훨씬 크게 자라 천정에 닿을 지경이었다.

 

어느 날 그 큰 키가 버거워 윗부분을 작은 톱으로 댕강 잘라서 버리고 나머지 부분만 남겨 두었다.

식물의 생명력은 놀라워서 꺾인 부분 양 옆에서 새 잎이 돋아나 다시 자라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꽃은 지금 꽃이 핀 화분에서만 피어나는데 이번이 세 번째인가 보다.

첫 번째 꽃이 필 때는 한창 바쁘게 생활하던 때라 그저 꽃이 피었다는 것에만 감격하고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어서 이 아이가 밤에 피는 꽃, `야화'라는 걸 몰랐었다.

퇴근해 들어와 보면 피어 있으므로 하루 종일 피어 있는 꽃인 줄만 알았다.

 

지지난해인가는 피려다가 미처 못 피고 시들어버려 아쉬움이 그득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듯이 올해는 탐스럽게 피었다.

 

낮엔 오므리고 있다가

(화분은 엄마가 주고, 밑의 스파트필름 역시 셋째 동생이 줬다. 

고로 꽃이 피어있는 알록달록한 저 화분이 내 취향은 아님.)

 

 

저녁이 되자 다시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

한번 핀 꽃은 다음날 아침 시들어버리고 다른 꽃송이에서 새로이 꽃이 피어나더라.

 

향기를 엄청 내뿜기 시작하는 꽃에는 꿀도 많아서 꽃 핀 가지를 만지면 끈적이며

맑은 젤리 같은 꿀이 몇 방울 바닥에 떨어지기까지 했다.

 

행운목, 이름 그대로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지난해 여름 8월, 무덥던 날, 빈집에 피어있던 호야 꽃.

 

동생이 키우다 준 스킨답서스도 오래오래,

지금은 주인 없는 빈 집에서 잘 버텨주는 고마운 화초.

 

내돈내산(내 돈을 주고 내가 산 것) 꽃기린 화분 한 개를 삽목으로 네 개로 늘렸다.

꽃기린은 너무 잘 자라고 키우기도 쉬워 많이들 키워서 `국민 화초'라고도 한단다.

사시사철 늘 꽃송이를 달고 있는 기특한 화초이다.

이번에도 너무 웃자란 가지들을 꺾어다 큰아들이 무언가를 키우던 빈 화분에 삽목 했는데 이렇게 잘 자란다.

모두 모두 감솨! 마니마니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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