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이른 아침, 남편을 배웅하면서 내다본 창밖 풍경에 깜짝 놀랐다.
뭐든지 `첫'자가 들어가면 감회가 남다르다.
첫사랑, 첫 여행, 첫 만남, 첫걸음마, 첫눈......
첫눈이라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이고, 이런 풍경이 매일 지속되면 좀 시들해지리라.
눈 내린 풍경을 보자니 떠오르는 추억 하나.
지방 도시에서의 어린 시절, 아홉 살 무렵의 겨울 이야기 한 토막.
작은아버지의 만화 가게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만화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오려고 가게를 나섰는데
오는 줄도 몰랐던 하얀 눈이 펑펑 내려 그새 몇 센티는 되게 쌓여있고
이어 그치지 않고 하염없이 내려 머리에 옷에 쌓이는데
마침 날씨에 맞춰 틀었는지 길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들려오던
허스키한 목소리의 <눈이 내리네>란 노래.
길거리에 팡팡 울리며 가득 메워 내 마음까지 채웠다.
어린 마음에 감미롭고 달콤하게도 들리던 노래 <눈이 내리네>를
성장해 단발머리 나풀거리던 시절 외사촌 언니의 가게에서 레코드 판으로 원곡을 들었을 때의 놀라움과 반가움.
원곡 가수인 살바토레 아다모의 목소리는 허스키하지 않고 말랑말랑해서 느낌이 더 좋았다.
그런데 나는 <눈이 내리네> 보다는 <그리운 시냇가>를 더 좋아한다.
어쩌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리운 시냇가>를 들을라치면 단발머리 시절이 떠오를 때도 있다.
노래의 힘이랄까. 듣노라면 단번에 어느 한 시절로 사람 마음을 데려간다는 거.
그런데 우습게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나는 <지난 여름의 왈츠>와 <그리운 시냇가>를 가끔 혼동할 때가 있다.
그리운 시냇가 / 살바토레 아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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