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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느긋하게

퍼머를 했다

by 눈부신햇살* 2021. 9. 16.

 

거의 일 년 만에 퍼머를 했다.

타고난 반곱슬에 모발도 굵어 굳이 퍼머 하지 않아도 되는 머리지만

어쩌다 한 번씩 기분 전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머리카락 특성상 짧을 때는 말을 잘 듣다가 얼마쯤 자라고 나면 아무리 손질해 놓아도

몇 시간 지난 후에는 제멋대로 삐치고 바람이라도 맞고 나면 부스스 해지며 단정한 맛이 없어진다.

딱 짧을 때만 모양새가 나는 미용사의 표현대로 `예쁜 곱슬머리'가 되고

조금 길어지면 `미친 여자 산발한 머리'가 되는 것이다.

 

젊을 적에는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긴 퍼머머리를 했었는데

굵은 모발에 숱도 무지하게 많아서 그야말로 사자 갈기 같은 머리가 되곤 했다.

퍼머를 하면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다고 미용사가 숱을 쳐내기도 했다.

나는 잠잠하게 찰랑거리는 머릿결이 항상 참 많이 부러웠다.

 

넷플릭스에서 <벌새>라는 영화를 보았다.

도입부에 벌써 어, 이건 불과 얼마 전에 보았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듦에도 불구하고

드문드문 그런 생각이 들뿐 잘 기억나지 않아 보는 내내 스스로가 무척 어처구니없었다.

나중에는 내가 정말 이 영화를 보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보다 보면 또 낯익은 장면이 나오는 건 뭐란 말인가. 아이고!

 

영화는 1994년을 무대로 하고 있어서 옛날을 자주 떠올리게 했다.

대치동 떡방, 강남 학군, 아들 선호 사상, 성수대교 붕괴, 김일성의 죽음, 한문 학원,

그리고 담배 피우는 여자가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지간히 지독했던 더위도 1994년의 일이다.

 

떡방일로 늘 바쁜 부모님과 동생을 때리기도 하는 오빠, 날라리 같은 언니.

그 속에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주인공 중학교 2학년  `은희'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인데

그 은희의 마음을 참 잘 그려냈고 연기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영화라고 하면서 그럼 저번에는 뭐란 말인가.....ㅠㅠ)

 

영화 속 은희는 얼굴도 예뻤지만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는 도무지 참말 예뻤다.

걸을 때면 부는 바람에 찰랑거리며 나부끼는 모습에 아, 참 머릿결 좋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철길 너머 노란 것이 정녕 호박 맞아?

 

당겨 보았더니 이런 탐스런 호박이 주렁주렁!

 

올해 처음 보는 `금불초' 예쁘다.

 

보랏빛 구슬을 조롱조롱 달고 있는 좀작살나무도 언제나 예쁘다.

 

풍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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